겨울 질병으로 알려졌던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영상 20도가 넘는 날씨 속에서도 전국으로 확산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한 기존의 AI 대응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 매뉴얼은 겨울철인 11월~3월 AI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한데다 대도시 지역은 적용하기 곤란한 점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12일 우리나라가 AI가 연중 발생하는 AI 토착국가화 할 징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더 강력한 대책을 조기에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양계산업이 초토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AI 바이러스는 11, 12월께 발생해 3월께 소멸하는 ‘북방형’이었으나 올해 발생한 AI는 4월에 발생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동남아 등지에서 발생하는 ‘남방형’이 한반도로 진출했다는 의미로, 현재의 방역 시스템을 연중 활동이 가능하도록 수정ㆍ보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AI 확산 여부의 주요 변수인 오리의 유통을 보다 세밀히 검증하도록 하는 내용이 매뉴얼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리는 닭과 달리 바이러스 보균기간이 최대 21일로 긴데다 일부는 폐사도 하지 않은 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이제는 겨울철 반짝 방역이 아닌 상시 방역활동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또 방역 효과를 거두려면 전국의 오리 사육 농장에 대한 검사를 3개월 단위로 반복해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래시장의 중간 상인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개인의 영업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논리로 재래시장 중간 상인들의 조류 거래에 간섭하지 않았다.
다만 시ㆍ군이 재래시장의 폐쇄를 통해 간접 통제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이에 대해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 교수는 “재래 시장이 AI 바이러스의 ‘정류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등록제 도입 등을 통해 중간 상인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 교수는 “유병 오리가 AI 바이러스의 매개체로 확인된 만큼 AI 검사를 거친 오리만 출하를 허가하는 것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는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 AI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전략 마련도 시급한 문제다.
김재홍 교수는 “현재의 AI 대응 매뉴얼은 농가가 취해야 할 행동요령은 담고 있지만, 애완용 조류 비중이 높은 대도시에까지 적용하기는 곤란하다”며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고병원성 AI가 확인되고 있는 만큼, 대도시 AI 발생을 염두에 두고 지침을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철두철미한 방역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에는 양계산업이 망하게 되고, 그 경우 인도네시아처럼 닭과 오리에 백신주사를 놓아 AI에 감염돼도 폐사하지 않도록 한 뒤 이를 잡아 먹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