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청와대 회동에서 친박 인사 복당, 당 지도부 인선 등 정국 현안에 대해 폭 넓게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구체적 현안 논의에 앞서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상징성을 갖는다. 지금 여권은 위기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 쳤고, 당ㆍ정ㆍ청 엇박자와 극심한 내분으로 여권 전체가 갈피를 못 잡는 형국이다. 두 사람의 분열이 여권 위기의 근원(根源)이다.
그래서 회동이 끝나면 구체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더라도 신뢰 회복의 원칙적 언명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후 두 사람은 세 차례 만났다. 이전 회동이 이 대통령으로선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의 만남이라면 이번은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 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위기에 처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국정의 동반자’라 칭했고, 박 전 대표는 “이 전 총재의 출마는 정도(正道)가 아니다”는 말로 도왔다.
10일 회동에서도 신뢰를 확인할 덕담, 나아가 모종의 선물이 오갈 수 있다. 박 전 대표가 내놓는 화합의 메시지는 이 대통령에게 위기 탈출의 첫 단추, 추락하는 지지율을 잡아세울 브레이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도움은 이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이다. ‘국정의 동반자’라는 언명이 이후 이 대통령의 ‘채무’가 되었듯, 어려운 시기 박 전 대표의 조력은 두고두고 빚이 될 수 있다. 이 시점에 박 전 대표와 회동한다는 것 자체가 박 전 대표가 여권의 한 축임을 인정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여당 내 야당’으로서의 역할에 선이 그어질 수 밖에 없다.
공천 파동 이후 박 전 대표는 ‘피해자’라는 인상을 줬고, 그에 따른 동정 여론이 힘이 됐다. 하지만 회동 이후엔 사정이 달라진다. 정부 여당이 거듭 정국 운영에 실패하면 민심은 박 전 대표에게도 그 책임을 물으려 할 것이다. 그래서 한 친박(親朴)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만나자는 건데 왜 응하는지 모르겠다”고까지 말했다.
물론 양측이 이번 회동에서 팽팽하게 평행선만 달리다 냉랭하게 헤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정국은 훨씬 더 꼬이게 되고 안 만나는 것만 못한 상황이 펼쳐 질 수 있다. 이래저래 두 사람의 만남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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