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애호가로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해 다음 주 <음악 편력> 이라는 책을 낸다. 출간을 앞두고 9일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음악과 정치 이야기를 자유분방하게 털어놓았다. 음악>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고향 요코스카(須賀)시의 공립중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단을 만들기로 하고 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면서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야사 하이페츠의 <로망스> (베토벤) 연주를 녹음 테이프로 들은 뒤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다고 느껴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이후 음악 감상에 만족했다. 로망스>
바이올린은 그렇다 해도, 전임 아베(安倍) 총리도, 지금의 후쿠다(福田) 총리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정치세계에서 (당신은) 천재성을 발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같은 악보라도 연주가에 따라 첫 음부터 다르다. 정치가가 같은 것을 말해도 음질, 음량, 억양, 속도, 느린 정도, 호소력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장르가 협주곡”이라며 “국민과도 잘 협조했다”고 자부했다.
‘오페라는 사랑과 같다. 거기에는 질투, 증오, 죽음이 있다.’ ‘권력도 사랑 앞에서는 헛된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를 들어 보라.’ ‘바그너의 <로엔그린> 을 들으면 인생에는 따져서 묻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엔그린> 돈>
책에 나오는 많은 대목이 파란 많았던 그의 총리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는 “거짓이 더 좋거나 거짓이 더 진실한 경우도 있다”며 “정의의 깃발을 치켜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05년 우정민영화 당시 중의원 해산 결정을 내릴 때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가 원작인 뮤지컬 <라 만차의 사나이> 에서 적지 않은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자주 흥얼거린 이 뮤지컬의 주제가 <이룰 수 없는 꿈> 의 가사는 이렇다. ‘꿈은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을 가슴에 품고 나는 용기 있게 가네.’ 이룰> 라> 돈키호테>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를 의식, 일본을 방문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역대 총리와 면담하는 자리에 나가지 않은 그는 자신의 장례식 때 어떤 음악이 연주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엔리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이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야의 무법자> 라도 생각했던 걸까. 황야의>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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