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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前 일본 총일 내주 '음악 편력'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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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前 일본 총일 내주 '음악 편력' 출간

입력
2008.05.1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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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애호가로 알려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가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해 다음 주 <음악 편력> 이라는 책을 낸다. 출간을 앞두고 9일 아사히(朝日)신문과 인터뷰에서 그는 음악과 정치 이야기를 자유분방하게 털어놓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고향 요코스카(須賀)시의 공립중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오케스트라단을 만들기로 하고 그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면서 음악에 취미를 갖게 됐다. 하지만 야사 하이페츠의 <로망스> (베토벤) 연주를 녹음 테이프로 들은 뒤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다고 느껴 바이올린을 포기하고 이후 음악 감상에 만족했다.

바이올린은 그렇다 해도, 전임 아베(安倍) 총리도, 지금의 후쿠다(福田) 총리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정치세계에서 (당신은) 천재성을 발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같은 악보라도 연주가에 따라 첫 음부터 다르다. 정치가가 같은 것을 말해도 음질, 음량, 억양, 속도, 느린 정도, 호소력이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장르가 협주곡”이라며 “국민과도 잘 협조했다”고 자부했다.

‘오페라는 사랑과 같다. 거기에는 질투, 증오, 죽음이 있다.’ ‘권력도 사랑 앞에서는 헛된 것이다.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를 들어 보라.’ ‘바그너의 <로엔그린> 을 들으면 인생에는 따져서 묻지 않는 편이 나은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에 나오는 많은 대목이 파란 많았던 그의 총리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는 “거짓이 더 좋거나 거짓이 더 진실한 경우도 있다”며 “정의의 깃발을 치켜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005년 우정민영화 당시 중의원 해산 결정을 내릴 때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가 원작인 뮤지컬 <라 만차의 사나이> 에서 적지 않은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자주 흥얼거린 이 뮤지컬의 주제가 <이룰 수 없는 꿈> 의 가사는 이렇다. ‘꿈은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을 가슴에 품고 나는 용기 있게 가네.’

‘야스쿠니(靖國) 참배’ 문제를 의식, 일본을 방문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역대 총리와 면담하는 자리에 나가지 않은 그는 자신의 장례식 때 어떤 음악이 연주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엔리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이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황야의 무법자> 라도 생각했던 걸까.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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