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5년 내에 암과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해 조국과 조국의 의과학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암과 당뇨병 완치를 목표로 9일 인천 송도에 개원한 가천의대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 초대 원장을 맡은 김성진(54) 전 미국 국립보건원(NIH) 종신 연구원은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김 원장은 NIH에서 암 유전자 조절연구실장으로 일했지만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춘천고와 강원대 농화학과를 나온 김 원장은 당시 춘천 성심여대에 교환교수로 와 있던 한 일본인 수녀의 도움으로 일본 쓰쿠바(筑波)대에 유학했다.
그 수녀는 고아원 야학교사, 소년범 야학교사 등으로 일하며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던 김 원장을 눈여겨보다 모교인 일본 성심여대 동창회보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썼고, 감동한 동창들이 돈을 모아 줘 김 원장의 유학을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레닌(rennin)’ 호르몬에 관한 논문으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그러나 학문에 대한 욕심이 생겨 미국행을 결심했고 NIH 암연구소 연구원과 책임연구원을 거쳐 1994년부터 NIH 종신 연구원으로 일하다 이번에 귀국했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논문 인용 색인(SCI) 논문만 192편을 발표한 암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TGF-베타 수용체의 양이 줄어들면 암과 각종 염증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 이들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Smad7’이라는 단백질이 류마티즘,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등의 면역성 질환의 염증신호를 차단하는 중요한 열쇠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업적으로 2002년 제12회 호암상 의학상, 올 3월에는 ‘자랑스러운 강원인상’을 받았다.
김 원장은 미국 최고 연구기관의 보장된 삶을 접고 귀국한 데 대해 “세계적인 연구소를 만들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경원대 총장)의 강한 의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 회장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2005년 10월부터 다섯 차례나 미국으로 찾아가 설득할 정도 공을 들였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그에게 모든 연구조건을 다 들어주겠다는 백지(白地)수표를 내밀었다. A4용지 한 장에 원하는 인재와 필요한 자금을 모두 적으라고 통 큰 제안이었다.
김 원장은 “이 회장이 ‘조국을 위해, 조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조국으로 와달라’는 말해 마음을 굳혔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2004년에도 방사선물리학 세계적 권위자인 조장희 미 UC어바인 교수를 ‘연봉 3억6,000만원, 임기 15년 보장’이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뇌과학연구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에 대해 “국제적인 추세인 ‘연구소 내 협력’(co-work)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원구원”이라며 “정부 지원이 거의 없는 척박한 한국 풍토에서 한국 의료발전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2억4,600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암 환자까지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10%가 이 두 개의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는 “1차적으로 세계 인구의 4~5%가 앓고 있는 암과 당뇨병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우리 연구원의 마우스대사질환특화센터는 이 분야의 최고로 꼽히는 예일대와 밴더빌트대 마우스센터보다 훨씬 좋은 연구환경을 갖췄다”며 “연간 4,5건의 연구를 수행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100여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이길여 암ㆍ당뇨연구원은 송도의 연구원 설립에만 670억원이 들었으며, 국내외 석학들의 영입과 희귀 실험용 생쥐 구입비 등을 합쳐 모두 1,000억원이 투입됐다.
이번에 연구원에 모인 세계적인 석학으로는 최철수 예일대 의대 교수, 전희숙 시카고 로잘린드 프랭클린대 의대 교수, 김영범 하버드대 의대 교수, 오석 플로리다주립대 교수, 마무라 미즈코 쓰쿠바대 교수 등 모두 22명이다.
최 교수는 비만ㆍ당뇨병의 새로운 조절물질인 로키나제를 찾아낸 당뇨병 치료 연구의 권위자이며, 전 교수는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는 세포주로 혈질전화시켜 면역억제제 사용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 4명의 석학을 더 초빙할 계획이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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