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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긍정적 사고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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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긍정적 사고의 힘으로…

입력
2008.05.13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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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와 박지성.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활약 중인 두 선수지만 경기를 마친 뒤의 언론 인터뷰 내용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할 때가 많다. 경기 내용이나 결과가 어떻든 두 선수는 항상 이렇게 말한다. “경기는 좋았고, 많이 배웠다. 내 플레이에 만족한다. 앞으로 더 나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두 선수는 주변의 현상과 결과를 받아들여 자기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는 ‘긍정형 인간’이다. 두 선수는 해외 진출후 지금껏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로 퇴보 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개방은 국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줬다. 대통령은 ‘방미 선물’을 위해 쇠고기 수입을 서둘러 결정했다는 의혹과 비난의 대상이 됐고, 정부는 1년 사이에 쇠고기 수입과 광우병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꿔 버려 국민의 신뢰를 잃은 ‘양치기 소년’이 돼버렸다.

쇠고기 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부실 협상 논란으로 확대된 쇠고기 파문을 10대들이 집중 부각시켰다는 사실은 기성세대들에겐 큰 충격이다. 특히 기성 보수세력들은 10대들의 ‘아우성’에 놀란 나머지 배후 조종세력까지 거론하며 10대들에게 정치적 이념의 굴레를 씌우기에 급급했다. 증거도 없이 특정 정치ㆍ교사 집단이 10대들을 동원했다고 하더니 ‘촛불문화제’를 사법처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급기야 인터넷 상에서의 허위 사실 유포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참가한 10대들은 기성 보수세력들이 거부감을 가질 정도로 우려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우린 미국산 쇠고기의 첫 희생자가 될 수 없다”며 현실적 안전 문제를 거론한 게 정치적, 이념적 문제를 제기한 것보다 심각하다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려를 자아내는 것은 이념적 성향의 잣대만을 들이대는 쪽이다. 대통령 탄핵과 같은 정치색 짙은 구호가 나오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장 분위기에 휩쓸린 일부 10대들의 감정적인 일과성 외침에 불과했다.

촛불집회 참가 10대들 중에는 부모와 함께 오거나 부모의 허락과 권유를 받고 참가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대부분 386세대들인 그들의 부모는 자녀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항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집회를 경험하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엄마, 아빠, 대중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를 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슴이 벅찼다’고 적은 10대들의 글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촛불집회에 참가한 10대들을 ‘긍정적 시선’으로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적 결정을 비난한다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볼게 아니라 그들이 좀 더 논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와 시각을 갖춘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밀어주고 끌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10대들의 주장이 근거나 논리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이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현상 자체마저 왜곡해서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정치 무관심 현상에 혀를 차다가도 막상 10대들이 현실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데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율배반적 행태로는 세대간 갈등만 커지게 할 뿐이다. 교육부나 전교조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정반대 성향의 계기수업을 한다지만 그보다는 10대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10대들이 현실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사고하며 자기 주관을 키울 지를 가르치는 게 순서일 것이다.

황상진 사회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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