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는 이라와디 강은 해발 5,000m가 넘는 북부 산악지대에서 발원한다. 2,090㎞를 굽이굽이 남류해 인도양 안다만해로 흘러 들어가는데 유역 면적이 41만1,000㎢에 이른다. 한반도의 두 배에 가까운 광대한 지역을 거쳐온 강물은 막대한 토사를 하구에 퇴적시켜 거대한 이라와디 삼각주를 만든다.
지금도 매년 50m씩 바다 쪽으로 뻗어나갈 정도로 퇴적활동이 왕성한데, 규모 면에서 아마존, 메콩, 나일, 미시시피 삼각주 등과 어깨를 겨룬다. 쌀과 옥수수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곡창지대이기도 하다.
▦ 이런 곳이 지난 2~3일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뒤 절망의 폐허로 변했다. 현장 접근이 어려워 상황 파악이 늦어지고 있으나 사망 실종자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르기스가 처음 상륙한 도시 라부타에선 인구 20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8만명이 숨졌다고 외신은 전한다. 구조나 구호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시신이 강에 버려지는 상황이라니 지옥이 따로 없다. 당장 식량 부족에 말라리아 등 전염병까지 번지고 있으나 속수무책이다. 2004년 20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인도양 쓰나미 참사에 버금가는 자연재해다.
▦ 삼각주의 지리적 특성이 피해를 키웠다. 이라와디 삼각주 지역의 전체 인구 700만명 가운데 200만명이 해발 5m 이하 저지대에 산다. 초속 53m의 강풍과 3~4m의 해일성 파도에 주민들은 대피할 겨를이 없었다. 경작과 새우 양식을 위해 해안 망그로브 숲을 무차별적으로 훼손한 것도 피해를 키웠다.
무엇보다 미얀마 군사정권의 안이한 대처가 문제였다. 인도 기상청은 나르기스의 미얀마 상륙 이틀 전에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사정부는 경보발령 등의 조치를 제때 취하지 않았다. 미얀마 당국은 구호나 피해복구 작업에도 역할을 못하고 있다.
▦ 그런데도 군사정부는 국제사회의 구호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엊그제 겨우 비상식량과 의약품을 실은 유엔 비행기 2대만 양곤에 도착했고 미 군용기 착륙은 거절됐다. 도로와 다리가 유실된 상태라서 구호 물자를 전달하는 것도 문제다. 미국은 군사정부의 허가와 상관없이 구호물품을 피해 지역에 투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얀마 군정은 2006년 국제사회의 압박을 피해 수도를 양곤에서 밀림 깊숙한 곳으로 옮겼을 정도로 자폐적이다. 알량한 정권 때문에 엄청난 재해에도 국제사회의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미얀마 주민들이 불쌍하기만 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