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부정한 행위’가 이혼 소송 사유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06년 처리한 이혼 소송 사건 2만2,814건 중 49%인 1만1,244건이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로 인한 소송이었다.
민법상 배우자의 부정행위는 배우자로서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못한 일체의 행위를 포함해 간통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이다. 법원은 혼외정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배우자와의 애정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를 폭넓게 이혼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 가정법원은 최근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B씨가 내연남과 간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연남의 집열쇠를 보관하는 등 남편과의 애정 및 신뢰를 저버린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B씨는 A씨에게 2,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정행위를 이유로 한 이혼 소송 중 남편이 부인에게 소송을 당한 경우가 60%인 6,777건이었고, 나머지 40%는 부인이 남편에게 소송을 당했다. 성별 이혼사유로 분류할 경우 여성 중 부정행위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당한 피고의 비율은 51%에 달했다. 같은 사유의 남성 피고 비율은 47%였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남성은 가정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남성의 외도 보다 여성의 외도에 대해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회적 통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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