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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에 속았나 대충대충 넘어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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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에 속았나 대충대충 넘어갔나

입력
2008.05.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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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리 정부가 국민들을 속였다. 둘, 미국 정부에 속았다. 셋, 그것도 아니면 세부 내용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미국의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 내용이 당초 정부의 설명과 다른 것으로 확인된 과정의 가능성은 이렇게 세 가지다. 어떤 경우든 정부가 책임과 비난을 면키는 어렵다.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의 전제 조건이었던 만큼, 재협상 공방도 더욱 가열될 조짐이다.

정부는 지난 2일 기자들과의 '끝장 토론'에서 배포 자료를 통해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 내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30개월 미만 소라 하더라도 도축 검사에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 등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사료로 인한 광우병 추가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 측이 2005년 10월 입안 예고한 금지 조치 내용과 같았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달 25일 관보에 게재한 강화된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 내용은 당초 정부의 설명, 그리고 미국측 입안예고 내용과 달랐다. 관보에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 ▦30개월이 넘은 소의 뇌와 척수 ▦도축검사에 합격하지 못하고 뇌와 척수가 제거되지 않은 30개월 이상 소 등만 금지 사료로 명시됐다.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 의심 소라 하더라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 동물 사료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처음에는 "미국 식약청의 보도자료와 관보 게재 내용 간에 혼선이 있었다" "영문 해석 상의 오류가 있었다"고 하다가, 결국에는 "우리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 혼선이 있었다"고 말을 바꿨다. 농식품부 이상길 축산국장은 11일 "조치의 세부 내용을 꼼꼼히 챙겨보지 못한 채 입안예고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하다 보니 혼선이 있었다"며 "30개월 미만 소의 뇌와 척수는 SRM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 사료로 쓴다고 해서 교차 위험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불과 며칠 새 말이 180도 바뀐 것이다.

당장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차영 대변인은 "정부가 공포 내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든지, 아니면 이를 알고도 국민을 철저하게 속인 것"이라며 "미국 측의 협상 전제조건 위반이기 때문에 재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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