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문학을 강의하는 일이다보니 나는 늘 책을 읽게 된다. 또 별다른 취미활동이 없는지라 여가시간에도 결국 책을 쥐게 된다. 나는 틈만 나면 추리소설을 읽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과 동서추리문고는 기본이고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추리소설은 거의 다 읽었다. 마니아가 따로 없다. 그런데 아들이 태어나 어느 정도 자라게 되자 아동도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자기 전에 녀석에게 읽어주려 사는 책들은 자연스럽게 나도 읽게 되었다.
그날도 안 자려고 몸부림치는 아이를 재우려고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지음ㆍ북뱅크)라는 책을 읽어주었다. 총 스물여덟쪽짜리 짧은 동화인데 그나마 절반은 그림이다. 그런데 다 읽어주고 나자 뜨거운 눈물이 솟구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엄마 왜 울어?” 하며 빤히 쳐다보는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게 아닌가. 쪼끄만 게 뭘 안다고 우나… 언제까지나>
사실 엄청 감동적인 내용이 담긴 것은 아니다. 한 어머니가 아이가 태어나 장성할 때까지 성장의 매 단계마다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라는 노래를 불러준다는 단순하고 소박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 소박함의 힘이라니! 아이에 대한 내 마음, 그리고 내 어머니가 나에게 품으셨을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읽고 울었던 때가 기억에 아물아물한데 하필이면 꼬맹이 책을 읽고 눈물을 철철 흘리게 되다니... 아들과 나는 결국 손에 손을 맞잡고 울다가 잠들었다. 책과의 만남은 운명이다. 사람의 인연이 운명이듯이. 언제 어디서 어떤 책을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책은 그 자체가 신비이다. 전공서적이든 추리소설이든 아니면 꼬맹이 책이든, 어느 순간 불현듯이 나타나 눈물과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물론 그 눈물과 웃음과 감동의 선물을 받으려면 늘 책을 사랑해야 하겠지만.
석영중ㆍ고려대 노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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