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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일의 실용외교 각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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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중·일의 실용외교 각축

입력
2008.05.13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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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외교’를 펼치며 중국과 일본의 정상들이 따뜻한 봄날을 맞고 있다. 쑨원(孫文)이 애용하던 음식점에서 우의를 다지며,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판다가 ‘중ㆍ일 우호의 상징’이라며 우에노(上野) 동물원에서 죽은 ‘링링’에 애석함을 표했다. 그리고 일본에 한 쌍을 제공키로 했다. 후 주석은 양국관계가 ‘일의대수(一衣帶水)’라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가 방일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이제 한ㆍ중ㆍ일이 옷의 띠만큼 좁은 사이가 된 것이다.

중ㆍ일의 호혜적 전략관계 설정

1972년 중ㆍ일관계 정상화가 이뤄졌지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과 역사문제를 내세움에 따라 일본과의 관계는 부침을 거듭해 왔다. 타이완 국기를 단 비행기와는 같은 비행장을 쓸 수 없다는 중국의 주장을 받아들인 일본과 타이완관계가 악화되기도 했다. 난징 대학살과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과거사 문제는 중ㆍ일관계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일본에서는 중국이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래서 경제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무마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렇지만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을 지속함에 따라 ‘세계 제조업의 블랙홀’이 되고 있는 사이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으로 허덕여야 했다. 일본은 거품경제로 몸살을 앓으며 경제ㆍ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을 단행해 왔다. 그러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몸부림치던 일본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던 일본에서 ‘중국고객론’이 먹혀들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을 통해 일본경제가 발전하는 상호보완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일본에서 최고가 상품을 사는 고객은 중국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세계 최다인 중국 인구의 구매력에 따른 잠재시장을 놓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중국의 저임금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중국은 일본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환경 분야와 에너지 분야에서 일본의 기술지원은 중국경제를 한 차원 높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2013년 이후의 ‘포스트 교토 의정서’에 중국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중ㆍ일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호혜적 전략관계를 선언했다. 중ㆍ일 정상회담 연중 정례화, 청소년 및 문화 교류 확대, 고위급 경제ㆍ안보 대화 등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담아 향후 중ㆍ일관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양국의 최대 쟁점인 동중국해 가스전으로 중ㆍ일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선 부근에 있는 시라카바 가스전(중국명 춘샤오)을 공동 개발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티베트 소요사태로 골치를 썩이며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후진타오 주석과 10%대의 지지율에서 탈피하고픈 후쿠다 총리는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후 주석은 방일 전 중ㆍ일관계를 '난춘지려'(暖春之旅ㆍ따뜻한 봄날의 여행)라 표현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러한 중국의 적극적인 입장 전환은 미국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질 경우 중국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후쿠다 총리도 아시아 중시정책을 내세우며 이웃(중국ㆍ한국)이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양국은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기보다는 중ㆍ일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출발이라는 데 공감했다.

우리도 대중관계 잘 다져야

한국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전략적 관계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는 ‘한일 신시대’를 열어가기로 약속했다. 한ㆍ중ㆍ일 지도자들은 앞장서서 실용주의를 주창하고 있다. 당면한 북한 핵문제 해결과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우려를 떨치기 위해서는 중국과 일본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다. 머지않아 중국을 방문하는 이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한 국익 외교를 펼쳐야 한다.

안인해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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