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카시러 / 창
독일의 철학자 에른스트 카시러가 1945년 5월 13일 71세로 사망했다. 카시러는 ‘문화’를 철학의 본격적인 문제로 끌어들인 철학자다. 문화철학, 문화 비판으로서의 철학은 그에 의해서 체계화됐다. 유대인으로 함부르크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그는 나치 정권이 등장하자 망명길에 올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교수를 역임했다.
카시러 철학의 핵심 개념은 ‘상징’이다. 그에 따르면 상징이야말로 ‘인간성에의 실마리’이며, 인간은 곧 ‘상징적 동물’이다. 그 상징의 우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문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의 근본 문제에 대한 그의 답은 “인간이 무엇인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카시러가 그런 관점에서 쓴 인간론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1944)이다. 그의 사상은 양차 세계대전으로 합리적 인간관이 위협받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카시러는 이 책에서 그 시대적 분위기를 ‘사상의 완전한 무정부 상태’라 부르고 있다. “신학자, 과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가 저마다 자신의 견지에서 접근”하면서 인간에 관한 현대의 이론은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고 그는 비판한다. 그 미궁에서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는 일, 인간의 자기 인식을 위한 철학적 통일성의 탐구로 이 책을 쓴 카시러는 신화와 종교, 언어, 예술, 역사, 과학에 대한 깊이있고도 친절한 논의 끝에 “인간 문화는, 이를 하나의 전체로 볼 때 인간의 점차적 자기 해방의 과정”이라고 결론짓는다. 인간이란>
<인간이란 무엇인가> 는 국내에서는 최명관 숭실대 명예교수에 의해 번역돼 1957년, 69년, 79년, 88년 네 차례 개정출간됐었다. 오래 전 밑줄을 쳐 가며 읽었던 책인데, 아무래도 찾을 수 없어 수소문해 봤더니 그나마 절판 상태였다. 그러던 중 마침 출판사 창에서 이달 중에 신판을 낼 것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위 표지는 곧 출간될 신판의 표지 시안을 얻어 쓴 것이다. 인간이란>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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