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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연기변신 호평…이범수 "연기 못하면 배우 소리 들을 생각 말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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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연기변신 호평…이범수 "연기 못하면 배우 소리 들을 생각 말아야죠"

입력
2008.05.13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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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운이 좋은 것 아니냐고 물으시면 전 좀 서운해요."

우스꽝스럽게 망가지는 코믹 조연, 처절하게 부서지는 조직폭력배, 짠하지만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휴먼 영화의 주연에서 정장 수트가 잘 어울리는 인기 멜로 드라마의 '훈남'으로 입지를 다진 배우 이범수(38).

'버럭 범수'라는 호칭과 달리 그는 매우 진지하고 정중하게 18년간의 연기 행보를 차근차근 설명하며 자신만의 연기론을 펼쳤다. 팔색조의 연기 변신과 달리 참 클래식한 연기 인생을 살아온 그를 종영을 앞둔 SBS 드라마 <온 에어> 촬영 후 만났다.

"운이 좋아서 기회가 왔다고 쳐요. 조폭 이미지를 칼로 베듯 없애버리고 (시청자들에게) 냉철한 의사 <외과의사 봉달희> 의 '안중근' 캐릭터를 머리 속에 심는 건 운으로만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 역할로 박수를 받았다면 훨씬 이전에 휴먼과 액션 장르에서부터 관객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왔던 거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극단적으로 웃겨왔겠죠."

그는 2006년 한 해 동안 코믹 <잘살아보세> , 로맨스 사극 <음란서생> , 액션 <짝패> 에 연달아 출연하며 전혀 다른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다.

"누군가 저에 대해 그러더군요. '이범수는 <하면 된다> 로 코믹 시나리오가 몰릴 때 <싱글즈> 와 <슈퍼스타 감사용> 으로 일상 연기를 보여주고, 멜로 드라마 주인공으로 돌아왔다'고. 정말 그래요. 당시에 코믹 시나리오가 안 들어왔던 게 아니에요. 그걸 고사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던 거죠. 그 작품이 설사 흥행이 된다 하더라도."

흥행 주연 배우가 아니었으면서 작품을 고사할 수 있는 이 남자의 배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성공을 하지 않으면 안돼, 실패 할까 봐 두려워' 전 이런 조바심은 없어요. 오히려 시도해보고 도전해보지 못하는 걸 못 견뎌 해요. 살다 보니 넘어지지 않고 버티는 게 성공이 아니라 넘어져도 일어설 줄 아는 게 진짜더라구요."

둥글둥글 낙천적인 성격인 듯 보이지만 연기에선 완벽주의 기질이 다분하다. "무명일 때나 지금이나 무시당할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해요. 배우의 자존심은 카메라 앞에서 자기 연기에 책임을 지는 거에요. 좋은 배우들은 연기 정말 치열하게 해요. 끊임없이 감독과 상의하고 의견을 제시하고, 자신의 연기에 의문점을 갖고. 진 빠지고 힘든 일이지만 희열이 있거든요."

그는 극중 배우 오승아처럼 최근 연기력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기자들의 현실에 대해선 쓴소리를 자청했다. "연기를 못하는데, 왜 배우 소리를 듣고 싶어 합니까. 정말로요.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겁니까. 열심히 하는데 연기가 안 된다는 변명은 프로답지 못하죠." 겉 멋에 치중한 배우지망생들에겐 대놓고 일침을 가하고 싶다고 했다.

"연습실에서 땀 흘리고 연기연습을 해야지, 왜 압구정동을 돌아다닙니까. 이해되세요? 저는 배우 지망생일 때 대학 4년 내내 학교 연습실에서 울고 웃고 구르며 연극을 서른 편 이상을 했어요. 정말 그렇게 살았어요. 지망생들이 배우와 엔터테이너를 혼동하는 거 같아요. 화려하고 폼 나니까. 그건 잘못된 출발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배우지론'은 배우 이범수, 자신의 연기에 대한 의구심과 고민과도 맞물린다. 연기 콤플렉스가 있냐는 질문에 "저한테 매우 중요하고 흥미로운 문제"라며 중저음의 목소리가 더욱 낮게 깔리며 자세를 고쳐 앉는다.

"학창시절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좋은 배우, 좋은 연기란 뭘까, 배우가 끊임없이 변신한다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어차피 배우 이범수란 공통 분모가 있는데 과연 이것까지 바꿀 수 있는 건가. 늘 노력하지만 양이 안 차고, '베스트(연기)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작품엔 좀 다르게 가보고 싶다' '더 뛰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남자의 지독한 연기 사랑을 누가 막으랴. "대학 때 연출을 두 작품 했는데 미치겠더라구요. 근질근질하고 무대로 막 뛰어올라가고 싶고. 배우의 행복은 말이죠, 오락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역할 놀이를 즐기는 거에요. 다음 번엔 힘 있는, 마초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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