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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보다 더 무서운 미얀마 軍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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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론'보다 더 무서운 미얀마 軍政

입력
2008.05.13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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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비극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휩쓸고 지나간 지 8일째를 맞지만 10만여명의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한 시신 수습과 수색은 고사하고 150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굶주림과 질병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 와중에 군부는 제 속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 군부는 10일 국제사회의 원조물자를 피해 지역에 분배하기 시작했으나 그나마 영국 집권을 위한 국민투표에 이용, 비난을 하고 있다.

참사 속 영구집권 국민투표 강행

AP통신은 11일 국민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미얀마 국영방송은 탄 슈웨 군정 최고지도자가 외국에서 도착한 구호물품을 자신이 조달한 물품인 것처럼 피해주민에게 나눠주는 행사장면을 되풀이 방영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 군 지도자의 이름을 구호물품 상자에 적어 주민에게 나눠주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 군인들이 유권자에게 투표용지에 지문을 찍을 것을 강요하는 등 투표조작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새 헌법국민투표 찬성률은 80~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신헌법은 상ㆍ하원 의석 25%를 군부에 할당하고 반체제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민의 굶주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쌀 독점권을 가진 군부가 쌀값 폭등에 따른 수익 실현을 위해 쌀 수출을 계약대로 강행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남쪽 틸라와항에서는 지난주말에도 방글라데시 행 화물선에 수출용 쌀이 선적됐다.

전염병 등 2차 참사 우려 커져

AFP통신에 따르면 군정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EF)의 요원 20명 중 단 1명의 입국을 허용하는 등 국제구호단체의 입국을 극도로 제한하면서 피해지역에는 구호의 손길이 사실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이 비행기 2대와 트럭 몇 대를 동원해 구호물자를 미얀마에 공수했고, 미국의 화물기도 미얀마 입국 허가를 받는 등 물품 수송은 이뤄지고 있다.

양곤에서 53㎞ 떨어진 다이다남의 생존자는 28명의 희생자 시신이 물 위로 떠다니고 있으며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AP통신도 11일 라부타 마을 생존자들은 의료품 부족 때문에 녹슨 바늘로 상처를 꿰매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호가 지연되면서 식수와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전염병 창궐 등 2차 피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1일 구호단체 옥스팜을 인용, “피해지역 대부분이 참사 8일이 지나도록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콜레라 등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희생자가 15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엔 관계자도 “대규모 구호대가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2차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구호품 강제 투하” 목소리 커져

사태가 악화되자 국제사회에서 피해지역에 구호품을 일방적으로 투하하는 ‘침공작전’을 감행해야 한다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타임이 10일 보도했다. 구조대의 입국을 거부하는 미얀마 군정의 방해 탓에 나르기스 참사 희생자가 쓰나미나 다르푸르 학살 사건을 넘어 금세기 최대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미얀마 정부의 승인 없이 미국이 일방적으로 구호품 공수작전을 펴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미얀마 군정을 거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구호품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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