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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박영훈 "꿩 대신 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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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박영훈 "꿩 대신 닭"

입력
2008.05.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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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 응씨배는 놓쳤지만 기성전은 확실히 챙겼다.

‘뉴 신산’ 박영훈이 ‘싸움닭’ 백홍석의 도전을 뿌리치고 기성 타이틀 4연패에 성공했다. 7일 한국기원 특별 대국실에서 벌어진 제19기 현대자동차배 기성전 도전 3번기 최종국에서 타이틀 보유자 박영훈은 도전자 백홍석(6단)을을 물리치고 종합 전적 2승1패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이 날 바둑은 출발선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일찌감치 승부의 명암이 드러났다. 평소 유명한 싸움꾼인 백홍석은 그러나 큰 승부를 맞아 긴장했는지 행마가 너무 굳었다. 적극적으로 싸워볼 만한 장면에서도 평소의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반면 도전 2국에서 백홍석에게 뜻밖의 카운터 펀치를 맞아 유리한 바둑을 역전패한 박영훈은 난전을 서슴지 않았다. 하변 흑진에 쳐들어가 국면을 급박하게 이끌더니 좌변 전투에선 백홍석의 무리수를 정확히 응징, 흑대마를 모조리 잡아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박영훈은 대국이 끝난 뒤 “얼마전 응씨배 8강전에서 4인방 가운데 나만 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기성을 방어해서 정말 기쁘다”며 “어버이날에 부모임께 좋은 선물을 드리게 됐다”고 우승 소감을 말했다.

박영훈과 기성전의 인연은 깊다. 우승 상금 1,800만원으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전 기사가 참가하는 메이저 기전인데다 지금의 박영훈을 만들어 준 첫 타이틀이다. 2005년 동갑내기 라이벌 최철한을 3대2로 꺾고 기성에 오른 뒤 안조영, 최철한, 백홍석의 도전을 차례로 물리쳤다.

어느덧 4연패. 기성전에서 이창호(11연패) 다음 가는 우승 횟수다. 이로써 박영훈은 기성에 후지쯔배, GS칼텍스배, 맥심커피배까지 4관왕이 됐다.

한편 백홍석은 정상 일보직전에서 다시금 눈물을 훔쳤다. 한국바둑리그에서 2년 연속 주장으로 뽑히는 등 실력은 이미 검증 받았으나 타이틀과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는다.

2006년 신예 기전인 SK가스배서 겨우 한 번 우승했을 뿐 그동안 메이저 기전에서 2번, 신예 기전에서 2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 대회서도 도전자 결정전에서 강적 이세돌을 꺾어 기세를 올렸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0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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