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살아가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아침은 ‘상상력의 발전소’이다. 창조적인 마인드가 필수인 이 들에게 이성과 논리가 살아 움직이는 아침은 놓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성공한 CEO들에게 집중력이 배가되는 아침 시간 활용은 필수 덕목이다. 아침을 즐기는 CEO들의 공통점은 이른 새벽의 고요함 속에 휴식과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새벽 시간에는 성공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아침형 CEO’로 유명한 남중수(54) KT 사장의 학창시절 별명은 ‘잠보’ 였다. 자명종 몇 개를 머리 맡에 두고 자도 밥 먹듯 지각을 했다. 점심시간엔 아예 도시락을 얼른 먹어치우고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는 게 일쑤였다.
그랬던 그가 KT의 수장을 맡으면서 180도 바뀌었다. 그가 경기 분당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은 새벽 5시. 잠꾸러기였던 그가 생활패턴을 바꾼 것은 바쁜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9시 전에 미팅을 갖는 경우도 드물다. 정상적인 근무 시작 시간(9시) 전에 직원들을 찾지 않는다.
“일본 전국시대의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는 매일 새벽 가장 빠른 말을 타고 왕복 40리를 달리면서 전략을 짰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데 그치고 말죠.” 외부강연을 나갈 때마다 들려주는 일화에서 그의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성철(69) 신원 회장도 전형적인 ‘아침형 CEO’다. 새벽 4시에 일어나 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박 회장의 취미는 성경 읽기. 신원그룹이 모토로 내세우고 있는 ‘믿음경영‘, ‘정도경영’, ‘선도경영’ 역시 성경 내용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다. 새벽 기도와 성경 봉독 후 서울 마포 사무실로 출근하는 시간은 오전 6시30분. 그는 세계 각지에 나가 있는 해외 법인을 점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과테말라와 같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의 직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하는 것도 이 때 이뤄진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 매체 신문을 통독하는 박 회장은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씩 독서에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 아침은 여러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에 좋은 시간이죠. 회사에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회의 또한 아침 시간에 이뤄집니다.” 그의 아침이 분주한 이유다.
FnC코오롱과 코오롱패션, 캠브리지 코오롱 등 3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제환석(63) 사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아침형 오너’이다. 제 사장이 참석하는 3개사의 임원 및 팀장회의 시간은 아침 7시. 물론 제 사장은 7시 전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점검한다. 3개사 1,500개에 달하는 매장을 직접 둘러보는 현장경영으로도 잘 알려진 그가 방문계획 등을 세우는 것도 새벽녘이다.
제 사장이 출근 직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일선 매장의 판매 사원, 영업 직원들과 주고 받는 ‘온라인 영업일지’를 확인하는 것.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능률을 올리기 위해 회의 등의 중요한 업무는 아예 아침 시간에 집중합니다. 이메일 등으로 제 경영철학과 회사의 비전을 전하기도 하죠. 남들과 똑 같이 주어진 24시간이지만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지름길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스피드 경영’의 출발점은 아침이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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