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6일 인디애나 예비선거에서 신승했지만 남은 경선을 계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압승한 경쟁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대세론에 보다 힘이 실리면서 힐러리 의원 진영 곳곳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최후의 결정적 역할을 할 슈퍼 대의원들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힐러리 의원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오바마 의원은 7일에도 노스 캐롤라이나 민주당 위원장 제리 미크를 포함한 4명의 슈퍼 대의원들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멕시코 출신 슈퍼대의원인 로리 위키는 오바마 의원 지지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힐러리 의원이 경선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펜실베이니아 예비선거 승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힐러리 의원에 대한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슈퍼대의원은 아니지만 197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맥거번 전 상원의원도 힐러리 의원 지지를 철회하고 오바마 의원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은 충격적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맥거번 전 의원은 7일“현실적으로 힐러리 의원이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은 없어졌다”면서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남은 경선을 포기하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미국 내 주요 언론이나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게임은 이미 끝났다”는 평가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미 NBC 방송 뉴스진행자인 팀 러서트는 6일 치러진 경선 결과가 나온 직후 “이제 우리는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지를 알고 있으며 거기엔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오바마 의원의 대선후보 지명을 기정사실화했다.
폭스 뉴스 진행자인 크리스 월러스도 “오바마 의원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는 추정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고 정치분석가인 밥 프랑켄은 MSNBC에서 “(경쟁이) 끝났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의원이 겪고 있는 자금난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힐러리 의원의 경선 완주 능력에 대한 회의감을 키우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선거운동을 위해 자신의 사재에서 500만 달러를 긴급 출연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640만 달러의 선거운동 경비를 자신의 돈으로 충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힐러리 의원 진영 내의 선거 참모 사이에서도 “대의원 확보뿐 아니라 전체 유효 득표수 경쟁에서도 오바마 의원을 따라 잡기가 어려워졌다”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힐러리 의원은 7일 선거유세를 위해 웨스트버지니아를 방문, “대선후보가 지명될 때까지 경선을 계속할 것이며 나는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경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이제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는 힐러리 의원이 어떻게 역전할 것이냐보다는 사퇴의 시기를 언제로 할 것이냐에 보다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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