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한국이 주최하는 바둑 대회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여류국수전 4회 우승, 세계 대회인 호작배 우승 등 1990년대 국내 여자 바둑계 간판 스타로 활약하다 2년전 독일로 건너가 함부르크에서 거주하며 현지인들을 상대로 활발히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윤영선 5단이 며칠전 한국에 왔다. 남동생 결혼식이 있어서 남편 부흐만씨와 함께 친정에 왔단다.
먼저 독일 생활에 대해 물어 봤다. "독일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투어 형식 바둑 대회가 8개 정도 있는데다 개인 지도에 공개 강좌, 대회 심판, 바둑책 집필 등으로 '생기는 건 없어도' 항상 스케줄이 빡빡해요. 처음에는 말도 잘 안 통하고 해서 조금 어려웠는데 이제는 결혼도 했고 일도 웬만큼 적응이 돼서 그런대로 지낼 만해요." (올해 31살인 윤영선은 작년 9월 4년 연하인 독일인 라스무스 부흐만과 결혼했다.)
"돌이켜 보면 그리 길지 않은 동안에 무척 바쁘게 돌아 다녔죠. 바둑 강의 후 많은 박수가 쏟아질 때 가장 뿌듯해요. 예전에 훔볼트대서 강의한 적이 있어요. 천재 아인슈타인이 섰던 강단이라고 해서 무척 가슴이 설레더군요. 그 때 강의가 끝나고 많은 갈채를 받으면서 정말 가슴이 뭉클했죠."
유럽 지역에서는 러시아 루마니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 동유럽 지역이 바둑이 세다. "독일은 인근 국가들에 비해 기력이 약한 편이에요. 동유럽인들은 정말 바둑을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하죠.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센 기력이 6단인데 그나마 3~4명 정도 밖에 없어요."
그래도 독일의 바둑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편이다. 남편 라스무스도 바둑을 굉장히 좋아한다. "기력이 아마 3단 정도 되는데 매일 바둑 좀 가르쳐 달라고 조르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 조금 미안해요."
가정 생활에 대해 물었다. "남편이 아직 한국말 잘 못해요. 그래서 부부 싸움도 독일어로 해서 제가 좀 불리하죠. 하하. 남편이 아직 학생이라 자녀 계획은 당분간 없어요. 낳는다면 딸 아들 2명 정도."
-한국에서 프로기사 생활을 포기해 아쉬움은 없는지.
"물론 아주 없는 건 아니죠. 하지만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다 할 순 없잖아요. 생각해 보면 저는 비교적 행복한 편인 것 같아요. 여기서 나름대로 꿈도 차차 이뤄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잖아요."
-독일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아직 독일에 한국 주최 바둑 대회가 없거든요. 지금보다 더 열심히 그들에게 바둑을 알리면서 한국이 주최하는 대회를 꼭 하나 만들고 싶어요. 가능하겠죠? "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