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침입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정부당국과 서울시의 대응이 낙제 수준이다. AI가 발생한 서울 광진구의 초기 대응이 허술했을 뿐 아니라 서울시와 농림수산식품부도 현재까지 AI 유입경로조차 정확히 밝혀내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서울시는 AI 발생 사실을 발표한 6일 오염원으로 성남시 모란시장에서 구입한 꿩 2마리와 인근 건국대 일감호의 조류를 지목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서울보건환경연구원이 꿩을 판매한 모란시장 업소와 꿩을 공급한 이천의 사육농장에 대한 AI간이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판명 난 뒤에야 부랴부랴 건국대 호수의 오리를 포획, 농식품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사를 의뢰했다. 호수는 광진구청내 자연(동물)학습장과 450m 떨어졌다.
광진구 관계자는 "7일 밤 오리 1마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AI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며 "검사 결과에 따라 일감호에 서식중인 조류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AI 발생원인으로 일감호의 조류를 지목해 놓고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의미이다. 오리는 생리적 특성상 검사결과가 나오는 데 14일 정도 걸린다.
특히 이 같은 조치는 발 빠르던 예전의 대응과 다르다. 서울시는 5일 밤 광진구 자연학습장 닭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되자 시는 1㎞(직선거리) 떨어진 어린이대공원과 15㎞ 정도 떨어진 서울대공원의 조류 2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같은 조치와 관련 시는 농식품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몇 분이면 할 수 있는 간이 AI 검사를 하지도 않은 채 마구잡이로 조류를 살처분했다"며 "서울시의 상식 이하의 행동과 호들갑이 시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농식품부의 AI긴급행동 매뉴얼이 완벽하다면 지금처럼 AI가 전국으로 확산하겠냐"며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발생한 만큼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취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오염원으로 지목했던 꿩이 음성으로 판명나자 8일에야 어린이대공원과 과천 서울대공원, 송파구 문정ㆍ장지지구내 농사의 사육 조류들에 대해 AI감염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경기도도 "성남 모란시장에서 구입한 꿩을 오염원으로 지목하는 바람에 도민을 불안에 떨게 했다"며 서울시에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염경로를 단정 지을 만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오염경로 파악에 얼마나 시일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