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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경영 불안' 정부가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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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경영 불안' 정부가 조장

입력
2008.05.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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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1월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우리은행(합병 직후 명칭은 한빛은행)이 탄생한 이후 9년 동안 거쳐간 은행장은 무려 4명. 평균 재임기간은 2년 조금 넘는 셈이다.

2001년 3월 우리금융그룹이 출범한 후에는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했다가 합쳤다가 다시 분리하는 실험도 계속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9년간 단 한번도 경영구조가 안정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교체, 교체, 교체

7일 발표된 정부의 금융공기업CEO 재신임 평가결과, 현 박병원 우리금융지주회장과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모두 교체대상에 포함됐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7년만에 윤병철-황영기(행장겸직)-박병원씨에 이어 네 번째 회장을 맞게 됐다. 우리은행도 상업+한일은행 통합 이후 10년도 못돼 김진만(한빛은행장)-이덕훈-황영기-박해춘씨에 이어 다섯번째 행장을 기다리고 있다.

짧은 역사지만 우리금융회장도, 우리은행장도 연임은 한명도 없었다. 임기를 채운 경우도 윤병철ㆍ이덕훈ㆍ황영기씨 3명에 불과하다. 현 박병원 회장과 박해춘 행장은 취임 1년1개월 만에 옷을 벗게 됐다.

■간판이 없다

워낙 CEO들이 단명(短命)하다보니, 우리은행은 대표CEO가 없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은행권을 대표하는 ‘빅4’중에 간판CEO가 없는 곳은 우리은행 뿐이다. 대외적 상품성도 그렇고, 대내적 통솔력 면에서도 우리은행만 불안하기 짝이 없는 구조다.

신한의 경우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장이 1991년이후 18년째 CEO를 맡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2003년 이후 5년째 은행을 이끌고 있다. 은행권에선 신한이 조흥은행 LG카드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키며 급부상한 가장 큰 이유로, 한결같이 리더십의 안정을 꼽고 있다.

하나도 마찬가지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은 1997년 은행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CEO를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신한의 라 회장과 함께, 은행권에서 가장 카리스마 강한 리더로 손꼽히고 있다.

국민은행도 ‘강정원 행장체제’가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04년11월 취임한 강 행장은 지난해 연임 성공에 이어, 올해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리딩뱅크’ 위상을 다지고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리더십공백이 생기면 은행은 속성상 점점 몸을 사리게 된다. 결국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가계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 국민손실?

잦은 CEO교체로 인한 경영체제 불안은 우리은행의 고질병이 된 상태. 여기에 회장과 행장의 겸직이나 분리냐를 둘러싼 오랜 혼선은 경영불안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1기 지도부는 분리(윤병철 회장-이덕훈 행장) ▦2기 지도부는 통합(황영기 회장 겸 행장) ▦3기 지도부는 다시 분리(박병원 회장-박해춘 행장) 됐는데, 새 지도부는 또다시 겸직으로 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불안하고 예측 불가한 경영체계는 우리은행 가치하락의 원인이다. 신영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경영불안이 다른 은행에 비해 주식가치가 20% 정도 싸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타 시중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3~1.5배 선인 반면 우리은행은 1.1배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며, 주가수익비율(PER)도 다른 은행이 7~9배 정도인데 우리은행은 6배에 그치고 있다.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정부(예금보험공사)다. 따라서 우리은행 경영구조를 이렇게 만든 것, 그럼으로써 우리은행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린 것도 결국은 정부다. 우리은행의 가치하락은 곧 공적자금의 손실이며, 이는 국민손해로 이어진다. 은행 관계자는 “정부 스스로 경영권을 이렇게 흔들면서 우리금융의 가치를 높여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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