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개최된 쇠고기 청문회는 낙제점에 가깝다.
무엇보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떨쳐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국민들은 지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를 걱정하는 게 아니다. 광우병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불안해 한다. 미국 소는 광우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동물성 사료(소를 제외한 돼지 등)를 지금도 먹고 있다. 그러나 광우병 검사를 하는 소는 전체 미국 소의 4%에 불과하고 그나마 폐사 직전의 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광우병 위험은 잠재적으로 상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하면서도 왜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키로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끈질기게 따져 묻는 의원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이 발생하더라도 수입중단 조치하겠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많은 국민들은 광우병이 발생하면 '당연히'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무장관은 대단한 결심이라도 한 듯 얘기했고 의원들은 광우병 발생 이전의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몇몇 참고인들이 이를 지적했지만,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을 제외하고는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정치권에 앞서 국민들이 자락을 깔아 개최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를 자양분 삼아 개최된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정작 국민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있는지를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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