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의 폭발적 인기를 끈 과학교양프로그램인 ‘코스모스’의 원작자 칼 세이건(1934~1996)의 세 번째 부인이자 미국의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앤 드루얀(59ㆍ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1992년 세이건과 함께 펴낸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사이언스 북스)의 한국어판 출간에 맞춰서다. 세이건 부부는 천문학에 대한 대중적인 저술로 명성을 얻었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본성의 문제로 관심을 돌렸다. 책은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진화론과 우주론적 관점으로 해석한다. 잊혀진>
그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책을 구상하던 1980년대말은 미소 핵무기 경쟁이 절정에 달해 인류문명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던 시기”라며 “인류의 기원, 생명의 기원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우리 문명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성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책의 기본입장이 진화론인 만큼 그는 여러 차례 과학에 대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그는 “과학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리를 찾아내고 인식해갈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며 “자체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이 과학의 훌륭한 점”이라고 말했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그는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모르겠다”며 “그러나 우리가 아주 작고 창백하고 푸른 점과 같은 지구에서 아주 짧은 시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과학이 오히려 종교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사회가 종교적으로 보수화되며 유행하고 있는 일종의 창조과학론인 ‘지적설계론’도 비판했다. “우주가 우리를 위해 만들어졌고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주장에는 근본적인 의심이 든다”며 “이는 과학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4년 종교비판에 대한 공로로 리처드도킨스 상을 받기도 한 그는 도킨스에 대해 “그가 무례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9ㆍ11 이후 공포에 바탕을 둔 종교와 정치가 미국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큰 소리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용기 있는 지식인”이라고 평했다.
현재 세이건의 저작을 관리하며, 행성탐사연구를 지원하는 코스모스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앤 드루얀은 새로운 ‘코스모스’ TV 시리즈와 2차대전 중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다룬 영화를 기획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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