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크렘린에 입성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러시아 신임 대통령이 첫 일성으로 ‘경제적 자유’와 ‘인권 신장’을 주창,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내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과의 미묘한 차별화를 예고했다.
푸틴이 총리와 집권당 총재라는 막강한 지위를 통해 최고 권력자의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법률가들이 중심이 된 자유주의 그룹의 등장으로 러시아가 점진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신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 과거 러시아 황제 즉위식이 열렸던 크렘린의 대궁전인 안드레예프스키 홀에서 한시간 가량의 짧지만 화려한 취임식을 치렀다. 푸틴 전 대통령에 이어 식장에 등장한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이임사가 끝난 뒤 단상에 나서 헌법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한 뒤 취임 연설에 나섰다.
메드베데프는“푸틴 전 대통령의 변함없는 지원에 감사한다” 는 등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키면서도 인권과 자유 신장을 수차례 강조, 자유주의 성향으로 알려진 자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가 “인권과 자유는 우리사회 최고의 가치로 국가 활동의 의미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언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물론 메드베데프가 푸틴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당장 급격한 변화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1991년 러시아 연방 출범 후 대통령 취임식에 전ㆍ현직 대통령이 함께 자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그늘에서 대통령에 올랐음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이다. 취임식의 주인공은 메드베데프가 아니라 푸틴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 후 두시간 안 돼 처음으로 수행한 대통령 직무도 푸틴을 총리로 지명한 일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구 소련 시절의 최고 권력자였던 공산당 서기장과 비슷한 지위를 가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직책보다는 당의 직위가 더 중요했던 구 소련 시절처럼 현 러시아도 집권 통합러시아당이 의회와 중앙 및 지방정부를 거의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85개 지방 주지사의 업무를 평가하는 권한을 대통령에서 총리로 이관하는 등 총리 권한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비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군ㆍ정보기관 출신의 정치세력인 실로비키가 퇴조하는 등 러시아 내부 권력 지도는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메드베데프의 지원세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법대 출신의 자유주의파가 크렘린과 정부에 기용될 경우 메드베데프의 권력기반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메드베데프가 취임사에서 “법의 기본적 역할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우리는 법을 존중하고 법적 무정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부패 척결을 강조한 대목도 자유주의파 그룹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 알렉세이 마카르킨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막강한 대통령 권한과 대통령 직위에 대한 전통적인 존경심 등으로 메드베데프의 지위가 점차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며 “메드데베프 자신도 권력 강화의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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