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있는 벤처가 안보이네요.”
‘대한민국 벤처 신화의 전설’로 불리는 안철수(47ㆍ사진) 안철수연구소의장 겸 카이스트 석좌교수가 3년간의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와 던진 메시지다.
안 의장은 7일 서울 여의도 씨티클럽 빌딩에서 귀국 기자간담회를 갖고 “매일 가능성 있는 새 벤처 기업이 탄생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희망이 보이는 벤처 기업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 벤처 기업은 국가 경제 포트폴리오로서의 관점과 일자리 창출, 대기업에 창조력과 구매력을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2,00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중소 벤처 기업들이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걱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벤처 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경영자와 각 분야 실무자의 실력이 부족하고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과 같은 인프라가 모자라며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로 돼 있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사회적으로 조장되고 있는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국가적 가치사슬을 주도하는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은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인센티브 시스템과 인프라 등을 개선해야 한다.”
그가 카이스트 석좌교수직 제안을 수락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이 없다”며 “경험과 독학으로 실력을 키우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기업들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각 분야의 미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년 전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를 물러난 배경에 대해 “회사 설립 9년째가 되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들자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창업자의 선순환 구조 만들기, 업계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며 “이런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자 CEO를 그만 뒀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감시 기능 강화와 규제 철폐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작은 정부라도 쓸데 없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는 대신, 감시 기능은 철저히 해야 한다.”
안 의장은 1988년 서울대 의학 재학 시절 세계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인 ‘브레인’ 퇴치용 백신을 개발하면서 컴퓨터(PC) 보안과 인연을 맺었으며, 95년 PC보안 전문 업체인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회사가 안정궤도에 오른 2005년 3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EMBA 과정을 수료한 후 지난 달 귀국, 카이스트 석좌교수를 맡았다. 강의는 9월 학기부터 시작한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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