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인데 상을 준다니 부끄럽습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10시 부산 범일동 시민회관에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한경남(62ㆍ여ㆍ부산 사하구 괴정3동)씨는 홀몸인 시어머니를 40년간 봉양해 온 효부다.
한 씨는 스물세살이던 1968년 홀어머니를 모시는 오경환(68)씨와 결혼,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딸 넷을 두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결혼 10년이 지났을 무렵 남편의 뇌에 혹이 생겨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고 몸도 가누기 힘들어졌다. 자리에 누운 남편을 대신해 가장이 된 한 씨는 조그만 술집을 차려 남편의 병 수발을 들고 딸들을 키웠다.
여자 혼자 술집을 운영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손님들은 소리를 지르거나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벌이기 일쑤였다. 한 번은 손님들의 싸움을 말리다 구둣발에 밟혀 눈가에 상처까지 입기도 했다. 한 씨는 “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남편이 병에 걸려 안타깝기도 했고 일이 힘들어 남몰래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혼 20년이 다 돼 한 씨는 조카까지 떠 안게 됐다. 원양어선을 타던 시동생이 알래스카에서 실종된 후 재혼한 동서를 위해 초등 4학년짜리 조카를 키우기로 했던 것.
10년 전부터 시어머니가 몸져 누워 한 씨의 부담은 더욱 커졌지만 괴정3동 통장까지 맡아 이웃까지 보살피는 억척을 발휘하기도 했다.
3년 전 시어머니 이옥순(97ㆍ여)씨가 치매증상을 보이자 한 씨는 아예 가게를 정리하고 식사수발은 물론 용변까지 받아내며 봉양에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다행히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딸들은 잘 자라 2명은 출가하고 나머지 셋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한씨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 씨는 올해 2월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다. 집 밖 나들이를 할 수 없는 시어머니가 적적해 하는데다 난방이 되지 않아 항상 두터운 이불을 쓰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지만 마음이 무겁다.
한 씨는 “병 치료에 좋을 것 같아 병원으로 모셨는데 불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다. 손수 어머니를 모시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라에서 주는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송구스러워 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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