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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형 미안해…꼭 금메달 따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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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 "형 미안해…꼭 금메달 따올게"

입력
2008.05.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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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약관의 유도왕’ 왕기춘(20ㆍ용인대)은 태극마크를 손에 거머쥐자 땀 이야기부터 꺼냈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7ㆍ마사회)를 이기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왼 발목 인대가 늘어나 통증이 심했지만 아픔을 느낄 새가 없었다.

왕기춘이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베이징올림픽 파견 유도 국가대표 최종평가전 남자 73㎏ 이하급에서 우승했다. 왕기춘은 승자 결승에서 이원희와 연장 접전 끝에 판정승(유효)을 거뒀다. 1위를 차지한 왕기춘은 평가전 점수 78점으로 국가대표가 됐지만 3위에 그친 이원희(56점)는 올림픽 2연패 도전이 무산됐다.

2007세계선수권자 왕기춘의 국가대표 선발은 사실상 90% 이상 결정됐었다. 이원희가 우승하더라도 왕기춘이 2위만 차지하면 점수가 앞서기 때문. 하지만 심판 판정이 시종일관 용인대 왕기춘과 김원중에게 유리하게 내려진 반면 마사회 소속인 이원희와 방귀만에게는 불리해 잡음이 일었다.

방귀만은 1회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왕기춘을 메쳤다. 절반 이상이 나올 수 있는 큰 기술. 하지만 심판은 효과를 선언했고, 이후 방귀만은 지도를 받아 결국 유효패했다. 이원희도 승자결승에서 경기 시작 18초 만에 왕기춘을 업어치기로 던졌지만 심판은 이를 외면했다. 이원희는 김원중과의 패자결승에서 자신에게만 지도가 쏟아지자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 않았던 탓에 승자도 패자도 표정이 어두웠다. 왕기춘은 판정의 도움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없지 않아 있지 않나”라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효과 정도는 줄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원희가 만약 효과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면 승자가 바뀔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수원실내체육관은 술렁였다. 이원희 어머니가 “패배는 인정한다”면서도 “심판이 저런 판정을 내려서야 되겠냐”고 항의해 소란이 벌어지기도. 대한유도회 김정행 회장이 용인대 총장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한 유도인은 “왕기춘이 훌륭한 선수지만 왕기춘을 위해 이원희를 들러리로 세워서야 되겠냐”며 혀를 찼다.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어설픈 심판판정으로 죄인(?)이 된 왕기춘은 “원희형에게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맙다”면서 “올림픽에 나가서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왕기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승하면 한국유도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한편 최민호(마사회)는 60㎏급 이하에서 우승해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친 한을 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용인대 김주진은 66㎏ 이하급에서 우승해 베이징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수원=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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