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진 않지만 방송법 개정 등 미디어 현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 대립각이 첨예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미디어 정책을 큰 탈 없이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해서는 사전 조율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디어 법안 코바코 등 놓고 대립
문화부와 방통위의 신경전을 촉발한 것은 지난달 25일 신재민 문화부 제2차관의 발언이었다.
신 차관은 한국언론학회 등의 공동학술세미나에 참석, “미디어 관련 법안을 9월 임시국회에서 일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 관련 법안은 신문법과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방송광고공사법 등이다. 신문법은 차치하고라도 나머지 법안은 방통위와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 겸영 등의 핵심은 결국 방송”이라며 “방통위가 미디어 관련법안 논의의 주체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문화부가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ㆍ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방통위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방송광고도 엄연히 방통위 소관이기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개혁이나 미디어렙 도입 논의도 문화부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갈등 해소할 법과 제도 미흡
문화부와 방통위가 내세우는 논리의 바탕은 역설적이게도 ‘법’에 근거하고 있다. 문화부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콘텐츠 진흥 업무를 총괄하니 미디어 관련 현안을 주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방통위는 “방송법 준수”를 외치고 있다.
윤성천 문화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코바코는 문화부 산하이기에 미디어렙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며 “법이 개정되면 몰라도 문화부의 행정업무는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철 방통위 방송운영과장은 “코바코는 방송법상 방통위 소관이어서 문화부 단독으로 미디어렙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국 법과 제도의 미흡이 충돌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양측의 갈등을 전형적인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코바코를 둘러싼 논란은 방송발전기금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방송발전기금은 코바코 매출 5%의 재원을 바탕으로 연간 1,500억원 가량을 방송 콘텐츠 진흥 등에 사용하고 있다. 방송발전기금 징수와 관리는 방통위가 담당하고 있다.
“미디어 정책부재가 근본 원인”
문화부와 방통위의 신경전은 결국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정책 부재가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출범 2개월이 넘어서도 뚜렷한 미디어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않아 갈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미디어 정책이 부재한 데다 정책집행에 대한 구체적인 규칙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어 정부 기관끼리 좌충우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화부와 방통위가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사전협의를 통해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서중 성공회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두 조직이 자기 영역 확장만을 꾀한다면 불합리한 결정과 정책을 야기할 수 있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미디어 정책기조 마련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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