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을 비롯 정부 여당은 7일 미국산 쇠고기 개방 후속 대책과 관련,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방침은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한미간 논란이 예상된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국회 농해수위 ‘미국산 쇠고기 개방 청문회’에 출석,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통상마찰이 생기더라도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20조를 근거로 수입중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양자간 쇠고기 협약이 GATT보다 우위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GATT 20조는 ‘인간 및 동식물의 생명ㆍ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협정 적용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전북도청 업무보고에서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으며 어떠한 것으로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의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시 중단하고, 이미 수입된 쇠고기는 전수조사를 할 것”이라며 “광우병 발생은 중대한 사정 변경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리 정부는 재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민동석 농림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은 청문회에서 “국민건강과 안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에 따라 특단의 조치로 하는 것이고 통상분쟁이 발생할 경우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당정청의 이 같은 방침은 악화하는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되나 GATT 20조를 원용,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도 광우병 발생이 생명에 위협이 안 된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국가간 분쟁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과 참고인으로 나온 송기호 변호사는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결과를 고시하면 미국의 광우병이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GATT에 의거해 권리를 내세우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GATT는 일반적 법률관계이고 쇠고기 협상은 한미간 특수한 법률관계이기 때문에 GATT 원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통합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대통령과 장관이 한미간 합의를 파기한 셈인데 일방적으로 그래도 되느냐”며 “차라리 합의 이후 상황이 악화됐으니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와 검역주권 포기 논란, 재협상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이번 협상은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 굴욕협상으로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1년여 협상한 내용을 마무리한 것으로 졸속협상이 아니며, 국민불안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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