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열린 청문회의 정식 제목은 '쇠고기시장 전면 개방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상 규명도, 대책 제시도 없었다. 대부분 의원들이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재탕, 삼탕하는 데 그친 탓이다.
청문회에선 날카로운 정책질의 대신, "미국 소 사먹으라고 하는 사람은 한국 장관이냐, 미국 장관이냐" "재미동포 중에 광우병 걸린 사람 봤냐" 등 감정 섞인 호통만 쏟아졌다.
통합민주당 최규성 의원은 "미국에서 한 해 소 40여만마리가 광우병 유사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7일자 한 일간지 기사를 읽은 뒤 "이런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있느냐. 잘못 답변하면 고발하겠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상길 농림수산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이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고, 최 의원은 재반박을 하지 못했다.
통합민주당 한광원 의원은 "촛불집회에 대해 정부는 '일부 탤런트에 학생들이 부화뇌동하는 철 없는 행동'이라고 하는데 탤런트가 문제라면 탤런트 출신 장관도 문제냐"고 엉뚱하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했다. 같은 당 조경태 의원은 정운천 농림부 장관에게 "키위 수입상을 하던 분이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외교통상부에서 일해야 할 것 같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성난 민심은 좌파의 선동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계속해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 차명진 의원은 "광우병 파동의 배후에 불순한 세력이 있다"며 "광우병 환자가 아닌 사람이 마치 환자인 것처럼 나오는 유인물을 만든 곳은 주사파 연합"이라고 주장했다. 이계진 의원은 "(야당이) 순진한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괴담을 조장하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열정의 반의반만이라도 '미국 쇠고기를 먹지 말자'는 캠페인에 썼더라면 축산농가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우리가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국민이 정치인을 얼마나 불신하는데 선동한다고 집회에 나오느냐. 어린 학생들을 모욕하지 말라"고 반박했다.
졸속 협상과 정부 대처에 대해서는 여야에서 모두 질타가 이어졌다.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만 믿고 굴욕 협상, 국치 협상을 했다"며 "시장에서 물건 살 때 따져보지도 않고 주는 대로 사도 되느냐"고 따졌다. 이계진 의원은 "정부 청사 구내식당 메뉴에 미국산 쇠고기 꼬리곰탕이나 내장탕을 올리면서 국민 신뢰를 얻으려 했다면 국민이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운천 농림부 장관은 "1년 동안 메뉴에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정 장관은 이날 '광우병 발생 건수' 등을 적은 대형 시각물까지 내보이며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 중학생이 장관실에 전화를 해서 '광우병 때문에 이제 수돗물도 못 먹고 생리대도 못 쓰는 게 아니냐'며 울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에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오늘 '가슴 아프다'는 말을 10번쯤 했는데 병원에 안 가봐도 되겠느냐"고 비꼬았다.
최문선 기자 채지선 인턴기자(이화여대 정외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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