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 철회로 초대 유럽연합(EU) 대통령에 대한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쉰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파리에 체류중인 블레어 전 총리는 믿었던 사르코지 대통령의 달갑지 않은 생일 선물로 체면을 구긴 셈이다.
BBC는 7일 프랑스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 사르코지 대통령이 블레어 전 총리를 EU 대통령으로 지지해 온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에 찬성한 블레어 전 총리의 전력에 대한 EU 회원국 정상들의 반발을 사르코지가 수용한 것이다.
영국 정부가 EU 회원국간 국경 철폐를 선언한 쉥겐조약과 유로화 도입에 소극적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부 회원국은 EU 대통령-집행위원장-외무장관의 힘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며 블레어 같은 지명도 있는 인물이 대통령에 선출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난 뒤 블레어 지지 입장을 바꾸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원하는 메르켈 총리는 EU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국 출신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며 블레어를 견제해 왔다. 블레어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융커 총리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러나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융커 총리가 연방주의자인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어 EU 대통령 선출을 둘러싸고 영국과 프랑스ㆍ독일 정상 사이의 신경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당초의 ‘블레어 대 메르켈’ 대결 구도가 흔들리면서 호세 마누엘 바로소 EU 집행위원장이 초대 대통령의 행운을 거머쥘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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