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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양상 과거와 비교해보니, 늦게 시작… 재래시장 매개

입력
2008.05.0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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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 양상이 심상치 않다. 이번 AI는 과거 두 차례 발생 때와는 발생원인이나 확산 경로가 확연히 다르다. 이례적으로 4월에 시작된 점부터가 달랐고, 최근 들어서는 재래시장을 통해 'AI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경북 지역까지 파고들었다. 때늦은 시작이었지만 전국으로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AI는 전북ㆍ충남ㆍ경기 지역에 머물렀다. 이번에는 호남과 충남에선 소강국면에 접어든 뒤 지난달 말부터 경북과 서울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달말 AI가 발생한 울산, 경북 영천, 대구의 농가의 경우 모두 인근 재래시장에서 사들인 닭,오리들이 AI매개체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북 지역에 AI가 갑자기 확산된 데는 재래시장이 핵심 경로가 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5일장 281곳에 대해 가금류 판매 제한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재래시장을 통해 가속이 붙은 AI의 확산세가 언제 멈출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 재래시장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닭ㆍ오리 판매상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닭, 오리를 소형트럭에 싣고 돌아다니는 판매상들에 의해 재래시장을 매개로 AI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된 판매상들의 거래처를 파악하고 있지만, 이들이 한 곳에 머무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의 부실한 초기 대응도 한몫 했다. 이번 AI의 진원지인 전북 김제와 정읍에서 중간유통상들이 이동통제선을 뚫고 AI 감염 가능성이 있는 닭과 오리를 몰래 반출시키는 것을 놓쳤기 때문에, AI바이러스가 재래시장으로 새나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지적이다.

또 겨울 추위가 사그러들면 AI가 사라졌던 과거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더운 날씨에도 계속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 방역당국은 첫 발생지인 전북 김제ㆍ정읍 지역에 AI가 유입된 경로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겨울철새들이 4월까지 남아 있으면서 이번 AI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과 함께 과거와 다른 신종 바이러스의 유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중국 칭하이형 북방계 바이러스가 아니라, 올해에는 동남아계통의 바이러스가 섞인 변종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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