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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김진선 시도시지사협의회장·강원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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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김진선 시도시지사협의회장·강원지사

입력
2008.05.08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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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혁신도시재검토 수도권규제완화 등으로 지방균형발전 정책의 큰 틀이 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은 “껍데기만 남은 지방이 회생하는 걸 막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지방정책과 관련,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 김진선(62) 강원도지사의 의견과 해결책을 들어보았다.

김 지사는 “혁신도시의 수정, 보완은 안 된다. 당초 취지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비수도권을 위한 정책이 후퇴하면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1998년 이후 3선 민선도지사로 10년간 재임해왔다.

-정부의 혁신도시 수정, 보완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노무현 대통령이 많은 우려와 비판을 무릅쓰고 추진한 혁신도시는 단순히 경제적인 비용-편익분석차원에서 강행한 것은 아닙니다. 수도권 집중이 심하니까 분산, 완화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공공기관 분산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데 견인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입니다.

공기업이 민영화하면 오기 힘들다고 하는데 못 올 이유가 뭡니까.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 등 정부가 지원책을 내 놔야 합니다. 당초 취지대로 추진해야 합니다. 지방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연관 기관과 산업이 집적되면 성장동력을 창출할 것입니다. 인센티브를 주면 대기업 본사도 올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점검하는 건 필요합니다. 단 지방자치단체들과 공동으로 해야 합니다.”

-정부가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는데.

“수도권에서 더 이상 무슨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겁니까. 평택 중심의 남부지역, 의정부 양주 중심의 미군기지 지역, 인천의 청라지구 등이 대폭 풀렸습니다. 수도권은 블랙홀입니다. 규제를 더 완화하면 지방의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지방에 대한 처방은 백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지요.

수도권-비수도권을 2분법적으로 나누거나 제로섬게임으로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또 지금처럼 수도권의 개발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장원리에만 입각해서는 해답이 안 나옵니다. 국가적으로 장기적 안목과 국토정책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당장 경기부양, 경제성장이 급한 정부로서는 규제완화가 불가피하지 않은가요.

“1960~70년대 절대빈곤시대, 절대저개발시대에는 파이(빵)를 위해 전략적으로 불균형 성장정책, 거점개발정책, 수도권~부산권 연계개발정책을 선택했습니다. 총량성장주의지요. 그래서 파이를 키우고 경제가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그 후유증이 발생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입니다.

도시-농촌, 공업-농업, 수도권-비수도권, 기업-노동자, 대기업-중소기업ㆍ소상공인간에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성장균점, 균형정책 나왔습니다. 지금 잠시 경제가 하강국면이라고 해서 또 다시 과거의 총량경제일변도 정책을 펴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성장에 몰입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가 규제개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밀하게 속도를 내서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수도권규제완화와는 달리 행정구조, 법과 제도에서 개혁할 것이 많습니다. 단 모두 완화해서 한계를 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공공성 차원에서 시장의 룰, 경쟁의 룰은 지켜야 합니다. 독식은 안 됩니다. 어린이와 어른의 경쟁 같은 불공정 경쟁에는 공공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의 현 관계와 바람직한 방향을 진단해주시죠.

“지방자치는 민주화ㆍ효율성ㆍ성과주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제도입니다. 다만 정부역할 자치권 재정권 등에 대해 현행 법과 제도가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서 지방분권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세상이 다양하고 복잡해 누가 한 곳에서 조정, 통제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각각의 주체들이 수직적ㆍ수평적으로 분권화돼야 잘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정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의 일을 한 용광로에 넣고 분석해서 국가가 회수할 업무는 회수하고, 지방에 이양할 업무는 자율과 책임 등 모두 것을 완전하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부분적인 이양은 규제를 낳습니다.”

-미국의 쇠고기 수입개방을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차원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다만 협상타결이 예견됐다면 축산농가와 소비자대책, 식당 같은 판매처의 대책을 같이 발표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양질의 한우를 안정적으로 생산해야 합니다.

축산농가를 전업화ㆍ규모화해야 하고, 고품질 브랜드를 지향해야 합니다. 미국소의 한우둔갑 방지 등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합니다. 강원도는 2017년까지 7,000억원을 들여 통합 브랜드를 개발했습니다.”

-대운하는 개발독재시대의 사고가 아닌가요.

“제가 충분히 연구가 안 된 상태에서 찬성 반대의 이분법적 답변은 곤란합니다. 해야 된다면 당위성, 명분, 경제적 실리를 충분히 비교해서 월등해야 합니다. 정밀분석 하에 국토의 미래를 장기적 안목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수렴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추진이 안 된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수도권-철원-원산-시베리아철도(TSR), 부산ㆍ대구-동해안-북한-시베리아철도, 남해안-서해안-개성-중국횡단철도(TCR)를 검토할 만합니다. 일본 니가타(新瀉)항-강원 속초-러시아 자루비노항, 일본 사카이(境)항-강원 동해-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등의 활성화, 일본-한국-백두산ㆍ러시아항공로 등도 검토해야 합니다.”

-최근 강원도가 프로축구단을 창단하고 DMZ관광청을 신설하기로 했는데요.

“강원도의 청정환경, 동해바다, 수도권과의 근접성, 설악산, 백두대간 등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청정 산업체들이 속속 강원도로 오고 있습니다. 3년 연속 수도권기업유치 1위를 했습니다.

상황과 기회가 왔을 때 도약해야 합니다. 축구단은 강원도민을 하나로 묶을 것이고, DMZ관광청은 세계인에게 강원도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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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선 강원지사, 블로그로 도민과 대화 사진 좋아해 전시회도

김진선 지사는 1일 집무실에서 열린 인터뷰 내내 자료 하나없이 질문에 답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온 듯 막힘이 없었다. 전국 광역지자체장 중 유일한 3선 단체장으로 오랜 공직경험과 다양한 사회활동에서 우러나오는 풍부한 경륜이 느껴졌다.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34년간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김 지사는 동해 북평고 재학 때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도해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으며, 1969년 5월 육군 일병 때 집안에 알리지 않고 월남전에 참전하기도 했다. 또 한국사진작가협회원, 한국산악회원, 해외참전전우회 명예회장, 한양대ㆍ동국대 겸임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김 지사는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통해 짬이 날 때마다 도민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도정에 대한 소회를 풀어놓기도 한다.

취미는 강릉시장 때부터 시작한 사진촬영이 유일하다. 춘천의 ‘사진나루’라는 동호회원으로 틈틈이 사진을 찍어왔다. 28일~6월3일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김 지사의 임기는 2년 남았다. 그는 퇴임후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저는 정치적 행정가이자 행정적 정치가로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나라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외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중인 김 지사는 6일(한국시간) 컬럼버스시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제약연구ㆍ인증기관인 미국의 바텔연구소와 강원 춘천시 후평동 하이테크 벤처타운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로 계약했다.

프로필

▲1946년 강원 동해 출생

▲1974년 동국대 행정학과 졸업

▲1974년 15회 행정고시 합격

▲1983년 영월군수

▲1991년 강릉시장

▲1992년 강원도 기획관리실장

▲1994년 부천시장

▲1995년 강원도 행정부지사

▲1998년~현재 강원지사(32~34대)

▲2006~현재 전국시도지사협의회장

▲2008~현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1997년 황조근정훈장

곽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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