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논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협이 우리의 턱밑까지 다가왔다. 지난 달 발생한 AI가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고병원성으로 확인된 이후 호남ㆍ충청지역 농가를 중심으로 번지더니 엊그제 서울 시내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비록 광진구 한 곳에서 발견됐다지만 인구가 밀집된 특성을 감안할 때 서울 전역에서 ‘AI 의심환자’들의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을 엄살로만 넘겨선 안 된다.
서울에서 확인된 AI는 이미 방역 차원을 넘어섰다고 보여 심각성을 더한다. 지난 한 달여 동안 호남과 수도권을 오르내리더니 영남과 강원지역에까지 번져 한반도 전체가 ‘AI 감염권’에 들어갔다. 서울의 경우 시기상으로 어린이날 수십만 인파가 모였던 서울대공원에 이미 AI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음이 확인됐으니, 광진구를 중심으로 소독약을 뿌리고 통행을 제한하는 원론적 조치들이 무의미한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달 15일 정부가 뒤늦게나마 발표한 ‘경계경보’가 아직도 유효한 상황이 아닌가.
우려했던 바와 같이 기승을 부리는 AI가 혹시 인체에 좀더 해로운 변종이나 신형 바이러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발병시기와 감염경로가 심상치 않고, 특히 닭 뿐만 아니라 오리와 꿩 칠면조 등에까지 옮겨가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AI는 철새에 의해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 이미 토착화했을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이 이러한 개연성까지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기에 발견해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의심환자’들의 신고를 소홀히 다뤄선 안 된다. 관례처럼 닭의 감염만 염두에 두었다가 오리와 꿩 칠면조에까지 바이러스가 번진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일반인들이 의심을 갖기 전에 비둘기와 까치 참새 등 주변의 흔한 조류도 방역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 바짝 긴장해야 한다. 닭 오리 전문식당의 타격도 심각하다.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홍보와 설명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지원대책도 궁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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