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은 생로병사로 점철된 고통의 수레바퀴가 아니라 행복해지는 습관을 익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조계종 원로인 경기 안성시 석남사 회주 정무(正無ㆍ78) 스님은 요즘 템플스테이로 불리는 사찰수련회를 처음으로 한 스님이다. 1968년 여름 경북 영주포교당에서 첫 신도수련회를 했으니 40년 전의 일이다. 대학생 불교수련회도 처음으로 시작했다. 정무 스님은 이후 수행과 포교를 병행하며 출가생활을 해왔다.
정무 스님의 법문을 담은 <행복해지는 습관> (불광출판사)이 최근 출간됐다. 불교 교리보다는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취업, 결혼, 태교, 출산, 자녀교육, 중년과 노년의 문제, 건강법 등에 관한 ‘생활 법문’이다. 세속을 떠난 출가자인 스님이 가정사에 대한 법문을 주로 하는 것이 뜻밖이어서 그 까닭을 물어보았다. 행복해지는>
“우선 당면한 급한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어려운 불교 교리를 듣고 이해하기 전에 먼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그걸 하다 보니 상승(上乘) 법문을 할 시간이 없어요. 일반인들은 우선 정신 건강한 것이 수행이고 반야 지혜입니다.” 1958년 대선사였던 전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정무 스님은 젊은 시절 여러 해 동안 선방에서 참선을 했지만, 영주포교당 생활 이후에는 개인적인 수행보다는 대중 포교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다.
“출가자의 길과 재가자의 길은 다릅니다. 가정이 있는 재가자는 부모 모시고 자녀를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신도수련회만 해도 예전에는 3일, 5일씩 절에서 수행하고 갔는데 요새는 하루도 못 참아서 절만 하고 가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바쁜 게 일반인들의 삶이에요.” 사실 부처가 가르친 근본교리는 윤회 세계를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이지만 대부분의 중생들은 오히려 윤회 세계에 집착하면서 더 많은 행복을 구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그가 말하는 행복해지는 길은 무엇일까. “행복해지려면 하루하루 생활 속에서 좋은 습관, 행복해지는 습관을 들이면 됩니다. 매사에 감사하고,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고, 효도하고, 경청하고, 배려하고, 베풀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것입니다. 거기에다 수행하는 습관을 들이면 화룡점정입니다.”
신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행복한 가정을 가꾸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고 태교, 자녀교육 등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태교를 잘 한 아이가 행복지수, 성공지수가 높다.’ ‘아빠의 말 한마디가 엄마의 열 마디보다 위력이 있다.’ ‘천일기도 하는 마음으로 손자를 길러주라.’ 스님의 법문은 아이를 길러본 사람의 말보다 더 자세하고 자상하다. 전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스님은 사람의 삶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또 하나는 건강이다. 오랫동안 자연건강법을 실천해 요즘도 설악산 대청봉을 앞장서서 오른다는 스님은 법문 군데군데서 “현대병은 생활습관병인데 먹고 입고 생활하는 습관만 올바르게만 하면 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 마음공부와 건강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요즘 관심사인 노후 대비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30대부터 10억 모아야 한다고 하는데 실버타운에 가보면 그렇게 산 사람들의 말로가 편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현재에 충실하고, 아들딸 위해 남김없이 다 소진해버리고 가는 게 행복이에요.”
수행에 대해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선방에서도 살아보고, 큰 절 주지도 해보았고, 토굴에서 혼자 수행해보기도 했지만 그 마음이 그 마음이야. 좌선에만 빠지면 평생 중독될 수도 있어. 시주밥만 얻어먹고 빚만 지고 가는 수도 있어. 올바른 인간이 부처님 되는 거야.” 정무 스님은 요즘도 손수 빨래하고 사소한 절집 일을 직접 하며, 부르는 곳마다 가서 법문을 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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