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석대표로서 거기까지 챙기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7일 미국산 쇠고기 개방 청문회에서 통합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즉각 중단하도록 합의하지 않고 이제 와서 대통령과 장관이 수입 중단 운운하느냐"고 따지자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내놓은 답변이다.
재협상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국민 분노를 가라앉힐 마땅한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결국 정부는 이날 청문회에서 옹색한 논리와 변명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6일 2차 끝장토론에서 민 정책관은 "우리가 개정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못한다"고 재협상 불가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이 이날 '광우병 발생시 수입 중단' 방침을 밝히자 그는 "정무적 판단에 의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고 180도 다른 얘기를 했다.
정부 답변에는 자기 모순도 많았다. 농식품부 당국자들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이라는 국제적 기준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게 됐다"는 논리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미국이 OIE 기준을 다 지키지 않고 있음에도 우리만 OIE 기준을 떠받드는 이유는 대지 못했다. 미국은 OIE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캐나다의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왜 미국은 OIE를 따라 유럽연합(EU)의 30개월 미만 살코기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농식품부 이상길 단장은 "그건 양국의 문제로 EU가 요구하면 미국도 협상에 응할 것"이라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냈다.
정 장관의 "광우병이 (앞으로) 없다고 확신한다"는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이 "어떻게 확신하느냐"고 따지자 그는 "현재 광우병이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으로 볼 때 몇 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국은 소 추출물로 만든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돼지 등 다른 동물의 추출물로 만든 동물성 사료는 사용하고 있어 광우병 소멸을 누구도 확신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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