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5일 일반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28.5%로 떨어져 여권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당 지지도는 34.0%에 머문 것으로 조사됐다. 1주일 전 조사와 비교하면 대통령 지지도나 당 지지도 모두 10%포인트 가량 빠졌다.
취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은 대통령의 지지도가 20%대에 머문 것은 전례 없는 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부터 탄핵이 거론되는 등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지만 지지도는 50% 안팎을 유지했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쇠고기 파문 때문"이라는 여권 일각의 분석에 고개를 젓는다. 쇠고기 파문은 단지 계기가 됐을 뿐이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대선 압승은 영남과 수도권의 결합 혹은 보수와 중도의 결합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결합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영남은 지난 총선에서 보듯 상당부분 박근혜 전 대표 세력에게 잠식당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이 대통령도 스스로 자신의 지지기반을 잘라냈다"고 표현했다. 수도권의 중도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친(親)기업, 친상류층 정책에 고개를 돌렸다.
차, 포가 모두 떨어진 형국이다. 대선 때 온갖 네거티브에도 꿋꿋이 유지되던 35%의 마지노선마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더욱이 당시 지지도는 여러 후보를 놓고 조사한 결과였고, 지금의 20%대는 이 대통령 혼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추락의 농도는 훨씬 짙다.
그 원인으로 국민과의 소통에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교육 먹거리 등 대중들에게 극도로 민감한 현안에서도 이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보여줬고, 결과는 '민심이반'이었다. 인사도 그랬다. "내가 옳다면 한다"는 식이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정치없는 이 대통령의 CEO형 리더십이 추락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전망도 썩 밝지 못하다. 이 대통령의 대선 승리는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은 바 크다. 뒤집어 말하면 경제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다면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중장기 경제지표는 하강곡선을 긋고 있고 물가마저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원택 교수는 "이 대통령이 '나는 정치인이고 정치적 고려가 중요하고 우선이다'라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교수는 "이 대통령이 위기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음모론적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교훈을 얻으려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