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부가 공개한 신규 고위공직자와 청와대 1급 비서관들의 재산공개를 보니 지난 정부에서 5년간 힘들게 높여 놓은 공인들의 도덕성 지수가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구나 싶다. 여러 건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이 즐비했지만 보유 사유가 합법적이면 문제삼지 않는 분위기이다.
집값이 국민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인구에 비해 땅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여러 채의 집과 불필요한 땅을 소유했다면 공인으로서 자격은 없는 편이다. 그런데도 장관 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한테서 불법적인 사례를 많이 겪다 보니 법의 테두리에서 행동한 사람을 나무라기 힘들다.
■ 탈법에도 자리 지킨 고위직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 정책이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어도 공인들에 대한 기대치를 이렇게 무너뜨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한방에 해냈다. 부동산 투기를 한 장관이 몇 있었지만 유독 심했던 두 명이 물러나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차관들 역시 투기한 사람이 가득한 가운데 서류조작까지 감행한 박미석 사회정책수석만 물러나는 것으로 끝났다. 그도 논문 베끼기 문제가 함께 터지지 않았으면 남았을지도 모른다.
남자였다면 버텼을지도 모르겠다. 논문에서 문제가 터졌던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남았고 위장전입으로 농지를 샀지만 서류조작은 동료 탓으로 돌린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자리를 지켰다. 11살 때 땅을 샀다는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이나 부친이 농지를 사주었다는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의 문제는 약해보일 정도이다. 오로지 집 한 채를 강남에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노무현 정부의 홍보수석을 교체시킨 일부 언론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더구나 미국 쇠고기 협상 문제가 터져주는 바람에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적인 재산형성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공교롭게도 노무현 정부의 공직자 검증에는 깐깐했고 이 정부의 공직자 검증에는 느슨한 데 일치했던 일부 언론은 또 쇠고기 협상 문제에서는 일관되게 정부 편을 들어서 광우병 걱정을 무지의 소산으로 몰아세운다. 정부는 한술 더 떠서 광우병 시위에 나선 청소년들을 선동한 세력을 잡는데 공권력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공권력이 제 역할을 못해서 나라 곳곳에서 성폭력과 실종문제가 터지는 와중에 말이다.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은 걱정할 일이 아니니 정확하게 홍보만 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정부는 착각을 한다.
■ 정부 못 믿으니 문제 계속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의 상관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정통한 과학자도 정확한 전말을 밝힐 수 없다. 광우병의 인체감염 여부에 대해 과학자들간에도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안전하게 소비되는 정황으로 안전성을 짐작하지만 미국에서 위험하지 않다고 한국에서도 안전하다는 확신은 할 수 없다.
정부가 밝힌 대로라면 위험하지 않겠지만 문제는 정부 말을 믿을 수 없는 데 있다. 그러니까 광우병 파동의 핵심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한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이명박 정부를 믿을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결론을 말하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한다. 그 시작은 불법 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만든 공직자 인선에서 비롯된다. 고위 공직자로 지명된 후 불법 탈법 거짓말이 드러나면 문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고위 공직자들이 “나 문제 있다, 그래 어쩔래?”하고 버티는, 버틸 수 있는 정부란 정부라기보다는 문제가 있어도 내 편이면 봐준다는 조폭 조직과 비슷하다.
정부는 법을 무시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 거짓말을 쉽사리 한다, 그러니 미국 쇠고기에 관한 정부 말도 믿을 수 없다 _ 이것이 바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광우병 파동의 핵심이다. 만일 정부가 그 구성에서 정직과 원칙을 실천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른 모든 정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의심을 걷어내기 힘들 것이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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