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 술집 서빙을 했다. 함께 일했던 친구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나는 대학생이었다. 한번은 둘이 새벽까지 술을 마셨는데, 친구가 울듯이 말했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이 기점에 놓인 패가망신의 역사였다. 슬픈 얘기였다. 그런데 친구가 문득 힐난했다. “넌 왜 아무 말도 안 해? 너도 무슨 말 좀 해봐.” “미안해. 난 너무 편안하게 자라서, 난 상처가 없어서, 남 상처 얘기를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너도 어려우니까 술집에 일하러 온 거 아냐? 어려우니깐!” “어렵다기보다는 아르바이트지.” “그렇지, 너희 대학생들은 다 아르바이트지.
나 같은 놈한테는 일인데, 나 같은 놈한테는 지독한 삶인데, 너희 대학생들은 삶조차 아르바이트지.” 친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오늘따라 더욱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를 홀로 키운 어머니가 간절할 테다. 편안하게 자라 상처가 없는 나도 오늘따라 더욱 간절하다.
아버지는 미국 쇠고기 파동도 답답한데 못자리가 잘 안돼서 속이 타들어 간다. 어머니는 어제 두려움에 떨며 검진을 받았다. 별 게 아니어야 할 텐데. 이 땅의 아들딸들은 오늘따라 더욱 어버이가 간절할 테다. 건강하세요, 아버지, 어머니!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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