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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더블캐스팅' 덕에 스타로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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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와 더블캐스팅' 덕에 스타로 뜨다

입력
2008.05.07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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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뮤지컬 <헤드윅> 10주년 기념 라이브 콘서트'의 주인공은 오리지널 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과 뮤지컬 배우 오만석이다. 총 9명의 한국 헤드윅 중 한 명인 오만석은 2005년 <헤드윅> 초연 때만 해도 지금처럼 인지도 높은 배우가 아니었다.

당시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과 번갈아 헤드윅을 연기한 오만석은 뮤지컬 팬 사이에 '조승우 보러 왔다가 오만석 팬이 된다'는 말이 회자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이번 콘서트에선 당당히 미첼과 동등한 비중으로 무대에 서게 됐다. 콘서트의 부제도 '존 카메론 미첼&오만석'이다.

스타들이 잇따라 연극과 뮤지컬 무대로 향하는 요즘, 스타의 더블캐스트로 무대에 섰다 실력을 인정 받으며 가치가 재평가되는 배우들이 늘고 있다.

최화정의 무대 복귀로 화제가 된 연극 <리타 길들이기> 의 이승비. 그는 2002년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2005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한 '실력파' 배우지만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었다.

공연 초반 최화정의 그늘에 가려 평균 유료 객석 점유율 65%에 그쳤으나 이승비의 <리타 길들이기> 는 공연 중반 이후 점유율 93%를 기록하며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연 관계자는 "최화정 캐스팅 날짜로 잘못 알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이승비라는 낯선 이름에 당황해 하다가도 막상 관람 후에는 실제 리타 같다며 칭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동하는 양희경을 내세운 <민자씨의 황금시대> 역시 황정민이라는 극단 목화의 대표 배우를 재발견케 한 연극이다. 양희경과 더블캐스트로 철없는 엄마 박민자를 연기하는 황정민은 그만의 귀여운 엄마 연기로 인기 몰이 중이다.

연출자 강봉훈씨는 "황정민은 감정의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배우로 기대 대로 철이 없는 정도는 더 심하되 여성스러운 면모를 가미한 박민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소나기> 가 걷어 올린 수확은 배우 고준식이다. 가수 빅뱅의 멤버 승리와 함께 소년 역을 맡은 고준식은 안정된 연기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나기> 를 연출한 유희성 서울시뮤지컬단장은 "고준식은 뮤지컬단 배우로서 작품의 정서 안에서 소년 캐릭터를 차분하게 이끌어 승리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면서 "승리의 공연 뿐 아니라 고준식의 공연도 매진을 기록했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스타를 앞세운 공연의 더블캐스트 배우들이 각광 받는 배경은 우선 캐스팅 조건을 연기력에 두기 때문이다. "양희경이라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에 필적할 만한 연기력이 더블캐스트 선정의 최우선 조건이었다"는 게 <민자씨의 황금시대> 프로듀서 김의숙씨가 밝힌 캐스팅 과정이다.

황정민은 영화 <지구를 지켜라> 로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국제적으로 인정 받은 '연기파' 배우다.

배우들의 노력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소나기> 의 고준식은 "대중 스타인 승리와 같은 역을 맡았다고 해서 위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기존에 무대에 섰던 사람으로서 뮤지컬이 처음인 승리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스타의 더블캐스트로 주목 받은 대표적인 케이스인 정성화의 말도 비슷하다.

지난해 <맨 오브 라만차> 에 조승우와 함께 돈키호테로 출연한 정성화는 이 작품 이후 뮤지컬 배우로서 위상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그는 "같은 역을 맡은 배우의 티켓이 공연 전에 매진되면 다소 긴장되긴 하지만 상대를 스타로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다 보니 오히려 작품과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 스타보다는 그 주변을 살펴보는 것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미래의 스타를 남보다 먼저 알아보는 행운의 관객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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