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4박5일의 일본 방문을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일과 12월 후쿠다 총리의 중국 방문에 이은 ‘따뜻한 봄 여행’이다. 후 주석 스스로 이렇게 비유한 사실은 해빙 움직임이 뚜렷했던 양국이 본격적인 우호협력 관계로 접어든 것을 상징한다. 한반도를 사이에 둔 양국의 관계 변화를 잘 살펴 우리의 국가 행보에 가늠자로 삼아야 할 것이다.
중국 정상의 방일은 사상 2번째, 장쩌민 주석 이후 10년 만이다. 양국이 2001년 고이즈미 총리 집권 이래 미ㆍ일 동맹 강화와 신사참배 등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거듭한 사실에 비춰 그만큼 의의가 크다. 2006년 아베 총리의 방중으로 화해 조짐을 보인 두 나라는 7일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호혜협력 확대를 선언, 정치군사적 대치를 벗어나 ‘경쟁과 협력’의 새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일본의 국가전략 전환에 따른 것이다. 고이즈미 정부는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을 좇아 대만 문제를 ‘공동의 안보 관심사’로 규정하는 등 중국을 자극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재계를 중심으로 우려와 반대가 많았다. 중국의 경제적 도약은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유익하며, 최대 교역상대국과의 상호보완적 협력이 긴요하다는 시각이다. 후쿠다 정부는 이런 전략적 판단과 미ㆍ중 관계 변화 등을 좇아 이른바 글로벌 차원의 호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중ㆍ일은 지정학적 세력균형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등과 관련해 갈등요소를 안고 있다. 시베리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에너지 자원을 노린 외교 각축도 치열하다. 그러나 정치군사적 갈등은 경제적 이익 다툼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지적부터 새길 필요가 있다.
주변 강국들이 세력싸움에 골몰한 듯하다가도 ‘따뜻한 봄’과 ‘전략적 호혜협력’을 되뇌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친미와 반미, 친중과 반중 따위로 세상을 가르는 낡고 좁은 안목으로는 실리를 다투는 ‘경쟁과 협력’의 시대에 낙오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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