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철의 장막을 거둬라.’
국내 은행들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 지역 국가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달 카자흐스탄 BCC 은행 지분 50.1%를 인수키로 계약한 데 이어, 신한은행도 이날 러시아 은행 FSCB를 인수키로 했다. 신한은행은 “제41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기간 중인 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FSCB와 인수ㆍ합병(M&A)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측은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신설하려면 먼저 사무소를 2년간 유지해야 하고 그 후에도 2년간 소매영업이 허용되지 않는 등 은행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M&A 방식으로 진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은행은 올해 초 국내 은행 최초로 러시아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카자흐스탄 BTA 은행과도 제휴를 맺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사무소를 개설했고,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현지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러시아권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시중 은행들의 러시아권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이들 지역에 오일머니를 노린 외국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국내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해당 국가 은행을 믿고 거래하기 힘든 교민이나 한국 기업의 현지 파견인력이 좋은 고객이 되는 셈이다.
금융회사의 수신기반이 부족한 현지 여건상 대출 금리가 높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단 황록 단장은 “1998년 은행권의 신용 붕괴를 경험한 현지인들이 금융회사를 신뢰하지 않아 저축을 거의 하지 않으며, 대신 루블화를 달러로 바꿔 집안에 숨겨 놓는 풍토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현지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외국 은행들은 다른 국가에서 싼 이자에 자금을 조달해 높은 예대마진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위험 요소도 많다. 러시아 정부가 자국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애쓰고는 있지만, 1,200여 개 러시아 은행 중 일부는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알려져 있다. 조직폭력배 등과 연결된 곳도 많아 금융 개혁을 추진했던 정부 고위 관료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국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와 불투명한 경영, 회계 등도 커다란 리스크다.
그러나 러시아의 소매금융 시장이 최근 3년간 90%나 성장하는 등 기회요소가 더 부각되고 있어 국내 은행의 ‘신중한 모험’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측은 “이번에 인수한 FSCB가 러시아 1,200여 개 은행 중 300위권의 중소 규모이지만, 국제기준의 회계감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환전 서비스 등에 강점이 있어 인수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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