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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범죄 싣고 달리는 '시민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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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범죄 싣고 달리는 '시민의 발'?

입력
2008.05.0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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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시민의 발'인 택시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택시 강도가 급증하면서 늦은 밤 손님을 태운 택시 기사는 손님이 언제 강도로 돌변할지 몰라 불안하고, 심야 승객 역시 건장한 남성 운전자가 모는 택시를 잡기가 겁이 난다.

운전기사는 격벽을 설치하고, 손님들은 비싼 콜택시를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동원하고 있으나 '택시범죄'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택시 타기가 겁나요

서울 종로경찰서는 6일 택시기사 유모(40)씨를 강도ㆍ강간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05년부터 최근까지 9차례나 심야에 만취된 여성 고객만 골라 성폭행한 뒤 돈을 빼앗았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8월 3인조 강도가 여성 2명을 납치 살해한 '홍대 앞 택시강도' 사건 이후 택시 기사에게 금품을 빼앗겼다는 신고가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범죄가 급증한 이유는 불황 때문이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쉽게 취직이 되는 바람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품성이나 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한 탓이다. 서울의 한 택시업체 관계자는 "불황으로 사납금 채우기도 어려워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1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들고 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바람에 일일이 신원을 확인할 수 없게 돼, 그만큼 택시 기사들이 손님에게 못된 짓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일까. 직장 여성 사이에서는 '심야 택시 안전하게 이용하기'가 주요 관심거리로 부상한지 오래다. 직장인 홍모(29)씨는 "밤 늦게 택시를 타면 집에 전화를 해서 택시 번호를 크게 불러주고, 취한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관계자도 "택시업체와 계약을 맺어, 심야에 퇴근하는 직원이 콜택시를 부르면 관련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는 '업무택시' 제도를 도입한 곳이 300여개에 달하는 등 인기를 얻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손님이 무서워

택시 기사들의 공포심도 높아지고 있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최모(47ㆍ여)씨는 "올해 3월말 늦은 밤 뒷자리에 탄 손님이 강도로 돌변했는데, 다행히 신호대기로 멈춘 상태에서 옆 차선 택시 기사가 도와줘 살아났다"고 말했다.

최씨는 "1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택시 강도는 물론이고 취객들의 행패로 곤욕을 치르는 기사들이 예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석 보호격벽이다. 설치비용이 20만원이나 하지만,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격벽을 설치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보호격벽 판매ㆍ설치업체인 우진㈜의 김영문(56) 대표는 "2006년에는 30여대에 불과했으나, 최근 갑자기 수요가 늘어나 2007년 7월 이후 올해 4월까지는 매출이 7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과거보다 흉포해진 손님 때문에 신변 위협을 느끼게 된 여성과 고령 운전자를 중심으로 앞으로도 수요가 늘 것으로 보여, 현재 수도권에만 한정된 판매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호격벽을 의무화 하는 법 개정도 시도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배석흥(54) 이사는 "좁은 공간에서 승객을 상대하는 택시 기사는 버스 기사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완성차 업체가 택시를 만들 때 아예 격벽도 설치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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