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학생들 사이에 ‘5월 17일 등교를 거부하고 광우병 시위에 나가자’는 내용이 포털사이트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확산되더니, ‘정부가 17일 휴교를 결정했다’는 소문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5ㆍ17 휴교설은 사실이 아니다”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싼 촛불시위의 주요 참가자가 10대 중ㆍ고교생들이고, 이들을 현장으로 이끌어낸 촉매가 인터넷과 휴대폰인데, 그 내용이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것들이어서 우려가 크다.
포털사이트에서의 광우병 논란은 소위 ‘카더라 통신’ 형식을 빌려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내용으로 도배됐다. ‘한국은 미국 광우병 소의 처리장’이라거나 ‘광우병은 호흡기로도 전염된다’는 등의 얼토당토않은 유언비어가 “누구누구가 그러더라” 혹은 “맞아, 나도 들었어” 따위의 댓글과 후렴을 싣고 사실처럼 번지고 있다.
문제는 허황된 유언비어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선 오히려 ‘숨겨진 진실’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 사이에서 ‘맞다 맞아’ 식의 공감대가 이뤄진 사안에 대해 정부나 학교에서 뒤늦게 ‘아니다. 사실은 이렇다’고 설명하면 ‘기성세대의 핑계’로 여겨 스스로의 믿음을 더욱 결속시키고 인터넷 휴대폰을 통한 전파에 더 열중하는 경향이다.
문제가 커지다 보니 경찰은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며 위법성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유언비어와 괴담을 무분별하게 퍼뜨리는 행위는 무책임하고 분별없는 짓이다. 자제해야 마땅하다.
유언비어와 괴담이 횡행하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수입 쇠고기 논란은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켕기는 대목이 있었는데, 진솔한 국민 설득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유언비어가 나돌고 민심이 흉흉해진 뒤에야 시도하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애당초 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모든 정보와 의식이 쉽게 공유되는 세상이다. 유언비어와 괴담은 정부가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진솔하게 행동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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