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선 ‘억대 연봉자’ ‘억만장자’ 같은 단어가 통하지 않는다. 단지 이 나라가 가난해서가 아니다. 은행에 1억 짐바브웨달러를 가져가 봤자 겨우 미화 50센트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려 16만5,000%(2월 기준)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짐바브웨가 미국 달러의 암거래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변동환율제를 실시한 5일. 짐바브웨 은행에는 아침부터 환전하려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독일 dpa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거래에서 당초 짐바브웨중앙은행(RBZ)은 미화 1달러 당 1억6,000만 짐바브웨달러를 제시했으나 거래 종료 시점엔 약 2억 짐바브웨달러에서 교환됐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상상과 달리 환전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지폐를 수레에 나르는 장면이 연출되지는 않았다. 짐바브웨 정부가 ‘친절하게도’ 인플레이션에 맞춰 계속 고액권을 발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5,000만 짐바브웨달러, 2,500만 짐바브웨달러짜리 지폐가 선보인 데 이어 6일부터는 2억5,000만 짐바브웨달러와 1억 짐바브웨달러짜리 신규 화폐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즉, 1달러 당 짐바브웨 지폐 한두 장으로 교환이 가능한 셈이다.
dpa 통신은 “시민들이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치가 떨어지므로 빨리 현금화해 생필품 등을 사는 데 쓰려 한다”고 전하면서 “앞으로도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때 ‘독립영웅’으로 추앙 받았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서방(백인)기업 퇴출, 토착(흑인)기업 우대정책을 실시한 이후, 짐바브웨는 천문학적인 인플레와 생필품 부족에다 이에 따른 정치 불안과 경제난이 가중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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