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겨라.’
가전업계에 ‘인비저블(invisible) 디자인’ 바람이 불고 있다. 인비저블 디자인이란 제품의 일부 기능을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감춰 깔끔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방법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강조한 TV와 에어컨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인비저블 디자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보르도’ LCD TV와 하우젠 에어컨 ‘바람의 여신2’, LG전자의 ‘스칼렛’ LCD TV와 ‘보보스’ PDP TV, ‘휘센’ 에어컨 등이 대표적이다.
인비저블 디자인 바람이 가장 먼저 일어난 분야는 TV다. 삼성전자가 2005년부터 고화질(HD) 영상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 LCD TV에 스피커를 보이지 않도록 배치하는 ‘히든(hidden) 스피커’ 전략을 구사하면서 본격화했다. 지난해 나온 보르도 LCD TV 역시 스피커를 테두리 하단에 집어넣어 히든 스피커 전략을 이어갔다.
올해 나온 ‘크리스탈 로즈’ LCD TV의 경우 TV테두리(베젤) 내부에 색을 감추는 방법을 적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크리스탈 로즈 TV는 일종의 ‘히든 컬러’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이라며 “덕분에 TV화면 주위가 유리잔처럼 은은하게 보이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스칼렛 LCD TV와 보보스 PDP TV는 아예 스피커가 없다. TV 외관(캐비닛)을 진동시켜 소리를 전달하는 방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평면 진동판 원리를 TV에 도입한 것이다. 박승구 LG전자 차장은 “눈에 보일 정도로 진동이 크면 TV 시청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진동을 발생시키는 것이 인비저블 스피커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도 마찬가지. 삼성전자가 올해 내놓은 바람의 여신2 에어컨은 바람을 뿜어내는 통풍구가 없다. 전원을 켜면 매끈한 대리석 같은 전면 패널이 5㎝ 가량 튀어나오며 틈새에서 바람이 나온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패널이 앞뒤로 움직이며 바람을 상부와 좌, 우로 뿜어내는 전면 슬라이딩 냉방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깔끔한 외관을 유지, 주변 가구와 조화를 이루는 게 장점이다.
LG전자는 2004년부터 휘센 에어컨에 ‘원 패널’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에어컨 전면에 통풍구, 조작부 등을 한 장의 패널로 만들어 부착한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패널 전면에는 서양화가 하상림, 조형 예술가 함연주 등 유명 작가들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만큼 외관이 그림 액자처럼 깔끔하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에어컨 내부 설계를 완전히 바꿔 통풍구를 전면이 아닌 에어컨 위와 옆 부분으로 옮겼다.
정보통신기기인 휴대폰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비저블 디자인이 적용돼 왔다. 깔끔한 디자인을 위해 2005년부터 통화용 안테나를 추방한 것. 요즘 나오는 삼성전자의 ‘햅틱폰’ ‘미니스커트폰’, LG전자의 ‘터치웹폰’ ‘뷰티폰’ 등은 모두 안테나가 휴대폰 내부에 들어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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