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서울 발병이 확인되면서 당국의 허술한 방역체계와 늑장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광진구청에서 AI로 인한 폐사가 처음 발생한 28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 위험지역 안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광진구청에서 꿩 2마리가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은 지난달 28일. 성남 모란시장에서 꿩을 사온 지 나흘 뒤였다. 구청 측은 "야생에서 방사돼 생활하던 꿩들이 갑자기 우리에 갇혀 적응을 하지 못해 죽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함께 기르던 병아리 10여 마리도 이상이 없어 AI로 의심하지않았고 (그냥) 묻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꿩이 폐사했을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AI 의심사례가 모두 50여건이 신고된 시점이었다. 꿩이 죽은 채로 발견된 지 사흘 뒤인 5월 1일 칠면조 1마리가 뒤이어 죽었음에도 구청 측은 AI 검역 능력이 없는 지역 동물병원에 AI 감염여부를 의뢰했다.
특히 구청 측은 칠면조에 이어 2일 금계 1마리가 죽고 3일 닭 1마리가 폐사해서야 이 닭에 대한 AI검사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했다. 이 닭은 5일 오후 AI로 판명났으며 6일 오전 언론에 그 사실이 공표됐다. 첫 폐사 후 8일만에 살처분 등 조치가 취해진 셈이다.
발생지에서 1.2㎞ 떨어진 어린이대공원과의 공조도 문제였다. 어린이대공원은 5일 오후 5시께 서울시를 통해 관련소식을 접했다. 이날 공원에는 50만3,000명이 입장했다. 공원측은 오후 9시부터 금계와 꿩 등 조류 63마리를 살처분하고 나머지 조류들을 소독했지만 관람객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특히 조류와 함께 사진 찍는 행사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의심 사례가 나타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시민들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람객들은 구청 측의 늑장대처로 AI 위험지역을 다녀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린이날 대공원을 다녀온 김 모(39ㆍ여)씨는 "AI가 감염됐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국이 그러한 사실도 알리지 않을 수 있냐"고 비난했다.
시는 광진구청 공무원과 민원인 등 불특정다수가 AI에 감염된 가금류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날 광진구 지역에서 임시반상회를 열어 접촉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접촉 의심자에 대해서는 혈청검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는 이와 함께 공원 비둘기 등 다른 조류에게까지 전파할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AI가 공원 비둘기에게 발생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그러나 "기온이 20도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발병하고 오리에게 더 치명적인 특징을 보여 변종 AI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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