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을 구기면서 구걸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외국교과서에 한국사가 일본이나 중국시각으로 쓰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정배(68) 신임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원장은 정식취임을 하루 앞둔 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중연을 '쇠락한 명문가'로 비유한 뒤 한국학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1978년 정신문화연구원이란 명칭으로 창립된 이후 '한국학의 본산'으로 자부해온 한중연의 올해 예산은 180억원. 2006년 세워진 동북아역사재단의 예산이 200억원대 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60명까지 교수를 채용할 수 있지만 예산문제로 현재 한중연의 교수숫자는 55명이다.
김 원장은 "문제는 한국학에 대한 정부지원이 일본의 100분의 1수준이라는 것과 세계의 관심이 워낙 커 굳이 중국학 소개에 발벗고 나설 필요가 없는 중국정부보다도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발전을 그렇게 강조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왜 이런 기관을 만들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경제발전과 학술문화 발전은 함께 굴러가는 같은 양쪽의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중연이 비슷한 기관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점으로, 한중연에서 석ㆍ박사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80여명의 외국학생, 현재 한중연 한국학대학원 재학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학생들을 꼽았다.
그는 "최근 우리연구소에서 10년간 공부하고 귀국했다가 주한 아제르바이젠대사관의 외교관으로 한국에 온 이를 만났다"며 "결국 이런 사람들이 지한파가 돼 한국을 널리 알리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기숙사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면 외국인 유학생을 더 끌어들일 수 있을텐데 예산과 규제문제로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교수 숫자만 많다고 효율적인 것이 아니며 정식교수 100명만 있으면 학제를 넘나드는 한국학분야의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다고 본다"는 김 원장은 "자연과학에 비해 인문학은 조금만 배려해줘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요로를 쫓아다니며 강력히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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