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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타의 '핸드 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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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타의 '핸드 프린팅'

입력
2008.05.0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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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프린팅은 손 모양을 동판에 찍어 남기는 일로, 일종의 기념 행위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일이며 흔적과 추억의 상징이기도 하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많이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발 모양을 찍어 놓고, 애완동물의 발이나 입 모양을 프린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핸드프린팅 하면 아직도 ‘스타’들의 전유물로 느껴진다. 그 자체가 인기를 이용한 하나의 대중적 이벤트나 상품이다. 요란한 선전과 함께 공공장소인 광장이나 거리에 전시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핸드 프린팅이 ‘스타 상품’인 만큼 당연히 원조도 미국 할리우드이다. LA에 있는 맨스 차이니스극장 앞의 할리우드 불러버드 보도에 가면 ‘스타’를 상징하는 큰 별 모양에 이름을 새긴 유명 배우와 뮤지션의 동판 2,500여 개가 사방 5㎞에 깔려 있다. 그것을 보며 영화팬들과 관광객들은 좋아했던 스타를 추억하고, 영화에서의 멋진 모습을 떠올린다.

사실 핸드 프린팅의 의미와 역할은 그 뿐이다. 핸드 프린팅은 전시포스터나 액자 사진, 사인 같은 인기를 재료로 한 하나의 기념품일 뿐이다. 귀중한 역사적 유물이나 사료가 아니다. 그것이 업적이나 평가의 상징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은 있었다. 재개발로 없어졌지만 서울 종로 피카디리 극장 앞에 가면 왕년의 한국영화 배우들의 손자국을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을 다시 유행시킨 주인공은 부산국제영화제(PIFF)이다. 1997년 제2회 때 웨인왕, 키타노 다케시 감독과 배우 제레미 아이언스를 시작으로 해마다 영화제를 찾은 국내외 유명 스타들의 손도장을 찍어왔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모든 영화제에서 화제거리로 이 행사를 연다. 4일에는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홍보대사인 배우 김성은 김재욱이 손을 찍었다.

▦핸드 프린팅으로 구설에 오른 곳이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다. 9일 개관할 영화박물관 정원에 전시할 ‘한국 최고영화인 35명’의 핸드 프린팅 때문이다. 국제영화제 수상자, 최초 최다 기록 보유라는 기준으로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전도연 등도 포함됐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최고’란 평가는 성급하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지적이다.

선정 기준과 주체(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추천)에 대한 시비도 나왔다. 더구나 사실(史實)을 중시하는 영상자료원이 박물관 마당장식을 위한 ‘경박한 이벤트’를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처럼 과장해 업적을 과시하려 한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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