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불패’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실망감과 장기보유자 양도세 특별공제(80%) 해당 매물,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려는 주택 물건이 몰리면서 강남 아파트의 하락세가 재건축에서 일반 아파트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강남 집값 하락세는 일부 ‘실망 급매물’들이 주도하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59㎡(17평)형의 경우 13억5,000만원 하던 것이 최근 7,000만원이 떨어진 12억8,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호가가 7억6,000만원까지 갔던 강동구 둔촌동 59.5㎡(18평)형은 최근 6억3,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새정부 출범 이후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와 세금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시간이 가면서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포동의 C모 공인중개사는 “정권 출범할 당시에는 용적률과 층고 완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며 “거래가 거의 없어서 그렇지 급매물은 많지 않다”고 애써 강조했다.
둔촌동의 H모 공인중개사도 “6,000가구가 넘는 이곳 주공 아파트 전체가 한 달 동안 10건도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다”며 거래 실종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약세는 최근 일반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송파구(-0.32%) 강남구(-0.17%) 강동구(-0.10%) 서초구(-0.04%) 아파트는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85.95㎡(26평)형은 1년 전만해도 9억원 넘게 거래됐으나 요즘은 7억5,000만원~8억원에 나와 있다. 서초구 잠원동 동아아파트 105.78㎡(32평)형도 지난해 최고 9억원에서 매매됐으나 최근에는 7억7,000만원~8억원에 급매물로 나와있다. 이밖에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의 40평형대는 고점대비 평균 1억원 이상 내렸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의 하락 추세는 지난 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3㎡(25평ㆍ전용면적)형의 공시가격은 9억3,600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800만원(4.9%) 떨어졌다. 양천구 목동 신가지1차 99.15㎡(30평)형도 8억3,200만원에서 7억1,000만원으로 무려 1억2,200만원(14.7%)이 내렸다.
강남 일반 아파트의 가격하락은 보유세 증가와 거래세 완화, 그리고 대출 이자 상승이 주 원인이다. 특히 3월(21일)부터 시행된 주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특별공제에 해당되는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방배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특별한 수입이 없는 은퇴자 세대주 가운데 장기 보유에 해당하는 주택 소유자들이 종부세 부과 기준일 이전인 6월 1일 이전에 집을 팔려고 문의가 많이 온다”고 귀뜸했다.
이 같은 강남권 아파트의 약세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간의 가격 거품이 걷히면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강남 아파트의 평당가격은 최근 가격이 급등한 강북 아파트 평균의 3배에 이른다. 더구나 정부의 도심 역세권 개발도 ‘땅값 때문에 강남이 아닌 강북이 중심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강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강남권 아파트의 대세 하락을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송파신도시, 은평 뉴타운 등이 건설되고 있지만 강남 같은 교통과 교육 인프라를 갖춘 곳은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추가 하락이 있더라도 제한적 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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