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 비평집 <오르페우스의 시선으로> 를 포함한 여섯 권의 평론집은 치열하게 우열을 다투는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간과하기 어려운 경향을 드러내었다. 오르페우스의>
우선, 해설비평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비평유형이 압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객관화에의 의지나 비판정신을 제대로 한 번 펼칠 여유도 없이 작품의 디테일만을 열심히 따라가거나 대상작품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한 비평태도를 쉽게 만나게 된다.
부분부분에 대한 파악과 그 결과에 대한 서술은 매끄럽게 잘 해내고 있으나 대상작가나 작품의 총체적 평가의 제시에는 소홀한 평문들이 휠씬 더 많았다.
논의의 대상을 추려내는 행위 속에 비평의 기본정신인 비판력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선정작품에 대한 긍정평가로 일관하는 데서만 올바른 비평자세가 거두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비평집이 비평가로서의 감성이나 인식력을 넓혀주는 책들에 대한 독서체험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시 전문 평론집과 소설 전문 평론집으로 반분할 수 있을 만큼 평론가에 따라 특정 장르로 집중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전문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평론집은 현학 취미가 문제되었고 어떤 평론집은 대가연하는 자세가 과다하게 드러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키워드를 상식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서 더 나가지 못한 평론집도 있었다.
박혜경의 평론집 <오르페우스의 시선으로> 도 이상에 지적한 경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견실하고 정련된 비평태도의 확립을 통해 오늘날 우리 비평계의 부정적인 경향에서는 분명하게 벗어나 있다. 그만큼 박혜경은 독자적 시각과 방법을 갖춘 비평가로 자리하게 되었다. 오르페우스의>
박혜경은 기원에 대한 탐구, 실험소설의 자기부정성, 계몽의 패러다임, 좋은 문학의 조건, 반문명적 사유 등과 같은 개념정립을 통해 우리 문학의 핵심을 잘 짚어내는 비평가적 안목을 과시하고 있다.
박혜경 비평의 가장 큰 미덕은 한 평문의 공간 안에서 작품을 끈질기고도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는 힘과 정직성과 진솔함을 잃지 않는 서술태도를 겸비한데서 찾을 수 있다.
박혜경의 비평방법은 '분석과 해석은 날카롭게, 표현과 설명은 진솔하게'라는 말로 요약되지 않을까. 비평의 전통적 기능의 하나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징검다리놓기라면 박혜경은 요즈음에는 보기 드물게시리 이를 잘 수행한 경우가 된다.
박완서, 이청준에서부터 천운영, 편혜영까지의 소설과 김혜순의 시와 김미현, 김태환의 비평을 정치하게 읽어내고 곡진하게 풀이할 수 있는 박혜경의 평론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한국문학의 넓이를 이해하는 부산물을 얻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 김윤식 김병익 김인환 조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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