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19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날카로운 분석에 진솔한 서술 겸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19회 팔봉비평문학상 심사평/ 날카로운 분석에 진솔한 서술 겸비

입력
2008.05.06 00:25
0 0

박혜경 비평집 <오르페우스의 시선으로> 를 포함한 여섯 권의 평론집은 치열하게 우열을 다투는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 간과하기 어려운 경향을 드러내었다.

우선, 해설비평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비평유형이 압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객관화에의 의지나 비판정신을 제대로 한 번 펼칠 여유도 없이 작품의 디테일만을 열심히 따라가거나 대상작품을 합리화하기에 급급한 비평태도를 쉽게 만나게 된다.

부분부분에 대한 파악과 그 결과에 대한 서술은 매끄럽게 잘 해내고 있으나 대상작가나 작품의 총체적 평가의 제시에는 소홀한 평문들이 휠씬 더 많았다.

논의의 대상을 추려내는 행위 속에 비평의 기본정신인 비판력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선정작품에 대한 긍정평가로 일관하는 데서만 올바른 비평자세가 거두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비평집이 비평가로서의 감성이나 인식력을 넓혀주는 책들에 대한 독서체험이 그리 풍부하지 않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다.

시 전문 평론집과 소설 전문 평론집으로 반분할 수 있을 만큼 평론가에 따라 특정 장르로 집중하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전문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평론집은 현학 취미가 문제되었고 어떤 평론집은 대가연하는 자세가 과다하게 드러난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런가하면 키워드를 상식의 수준에서 이해하고 사용하는 데서 더 나가지 못한 평론집도 있었다.

박혜경의 평론집 <오르페우스의 시선으로> 도 이상에 지적한 경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견실하고 정련된 비평태도의 확립을 통해 오늘날 우리 비평계의 부정적인 경향에서는 분명하게 벗어나 있다. 그만큼 박혜경은 독자적 시각과 방법을 갖춘 비평가로 자리하게 되었다.

박혜경은 기원에 대한 탐구, 실험소설의 자기부정성, 계몽의 패러다임, 좋은 문학의 조건, 반문명적 사유 등과 같은 개념정립을 통해 우리 문학의 핵심을 잘 짚어내는 비평가적 안목을 과시하고 있다.

박혜경 비평의 가장 큰 미덕은 한 평문의 공간 안에서 작품을 끈질기고도 날카롭게 파고 들어가는 힘과 정직성과 진솔함을 잃지 않는 서술태도를 겸비한데서 찾을 수 있다.

박혜경의 비평방법은 '분석과 해석은 날카롭게, 표현과 설명은 진솔하게'라는 말로 요약되지 않을까. 비평의 전통적 기능의 하나가 작가와 독자 사이에 징검다리놓기라면 박혜경은 요즈음에는 보기 드물게시리 이를 잘 수행한 경우가 된다.

박완서, 이청준에서부터 천운영, 편혜영까지의 소설과 김혜순의 시와 김미현, 김태환의 비평을 정치하게 읽어내고 곡진하게 풀이할 수 있는 박혜경의 평론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한국문학의 넓이를 이해하는 부산물을 얻게 될 것이다.

심사위원 김윤식 김병익 김인환 조남현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