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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유전공학과 생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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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EBS 공동 논술기획/ 유전공학과 생명윤리

입력
2008.05.06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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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제시문 (가)와 (나)를 읽고 새로운 생명 윤리와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해 보시오. (1,200자 내외)

[제시문]

(가) 유전공학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우생사회학(eugenic sociology(이 발전하고 있다. 이 새로운 사회학은 우생 사회가 출현할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은 하버드 대학과 기타 다른 고등 교육 기관에서 그 학문적 토대가 형성되어 유전자 시대의 사회적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인간의 행동이 선천적이냐 또는 후천적이냐 하는 논쟁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 사회생물학자들은 전자의 편에 서서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적 유전과 더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생물학자들은 환경이 개인과 집단의 발달에 어떤 역할을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사회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유전자의 역할에 훨씬 더 주목한다. 후천성론에서 선천성론으로의 이동이 생명공학 세기의 작용 기반을 구성하는 다섯 번째 요소이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이 축적됨에 따라 생명공학자들은 행동이나 생각과 관련된 형질과 같이 좀더 복잡한 형질의 기능에 대해서 새로운 통찰력을 얻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점점 더 많은 정신 질환을 유전자 이상과 연관시키고 있다. 어떤 과학자들은 수줍은, 인간에 대한 혐오심, 범죄성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유형의 반사회적 행동은 유전자 기능 부전이 그 원인일지 모른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회는 항상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권력이 있는 자와 권력이 없는 자, 엘리트와 대중으로 항상 나뉘어져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일반 사람들은 특권 계급과는 분리되어 있었으며, 소수에 의해서 다수에게 부과된 불평등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무수한 이론적 근거가 이용되어 왔다.

인종, 종교, 언어 그리고 국적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모두, 어떤 범주로 나누고 차별하기 위한 진부한 방법일 뿐이다. 이제 유전자 검사 기술과 유전공학의 출현으로 인해 사회는 더 중대한 새로운 차별 유형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하나가 유전자형에 의한 차별이다.

1996년 하버드 대학 의과대학원의 신경생물학과와 의료윤리학과의 리사 겔러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유전자 차별 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데, 이 연구는 유전자 차별이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이미 훨씬 더 널리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유전자적 차별은 보험 회사, 건강 관리 기관, 정부 기관, 입양 기관, 그리고 학교를 포함한 광범위한 기관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연구자들은 헌팅턴무도병, MPS(mucopolysaccharidoses)병, 페닐케톤 요증 PKU(phenylketonuria) 그리고 헤모크로마토스증 Hemochromatosis에 걸릴 위험성이 있는, 즉 유전자 소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조사했다. -제레미 리프킨, [바이오테크 시대]

(나)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언뜻 떠올리기엔 정치 제도나 경제 정책 따위다. 물론 그 실존적 힘은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정치나 경제처럼 강력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류 역사에서 진실로 큰 변화를 이끈 것은 과학기술이다. 그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의 편리함을 넘어서, 삶의 질 자체에 직접 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권의 문제도 사상이나 이념보다 내일의 과학기술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새로이 기대되는 이 과학 혁명을 바라보는 윤리적 시선이다. 다행스럽게 이곳저곳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견제와 반론의 뜻으로 내세우는 말들이 한결같다. 뭔가 새롭게 전개될 충격적 현상의 본질에 닿아 있지 않는 어휘들로 형식적 걱정만 하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내세워 연구에 반대하거나 신중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과학기술은 일단 성공하면 이미 존재의 일부가 돼 버린다. 그런데 막연히 인간의 존엄성만으로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인간의 존엄성이란 표현에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그윽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리하여 가끔 우리는 그것이 인권과 윤리에 얽힌 모든 복잡한 문제를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인간의 존엄성은 하나의 목적이자 이념적 구호이지 수단이 아니다.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따로 필요하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속도조절장치로서 기능하고자 하는 윤리 기준이 더 정치하고 섬세해야 한다. 이미 46년 전 찰스 퍼시 스노가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한 강연의 한마디는 우리 과학 교육의 실태를 반성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다. “문과계 사람들이 열역학 제2법칙을 모르는 것은, 이과계 사람들이 셰익스피어가 누군지 모르는 것과 같다.” - 차병직

♠ 제시문, 제시문 분석 및 논제 분석의 전문은 EBSi 논술방(www.ebsi.co.kr)에 게재

[제시문 분석]

(가) 이 글은 생명 공학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제기되는 유전자에 근거한 사회적 차별을 논의하고 있다. 사회적 역학 관계에서 우열과 불평등을 결정짓는 것이 유전자 정보에 의한 것임을 밝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자 차별은 사회의 광범위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나) 이 글은 인간 복제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인간 삶의 가치 유기와 손상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생명 윤리학의 견지에서 매우 깊이 있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출제 의도]

생명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복제의 꿈이 실현될 수도 있고 식량 문제도 해결될 수도 있게 되었다. 한편 이러한 인간 복제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소지를 안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 기술과 관련된 비판이 너무 윤리 도덕적인 측면에서만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전자 기반의 해석이 어떠한 사회적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가치관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섬세한 고민이 필요함을 부각하려는 것이 이 논제의 의도이다.

[논제에 대한 접근 방식]

우선 인간 복제가 현실화되기에 이르렀고, 이를 둘러싼 윤리적󰋯사회 문화적인 논란이 일어나고 있음을 볼 때, 생명 공학 기술의 적용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접근 방식과 시각에 따라서 얼마든지 서로 다른 인식이 가능함을 전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인간 복제나 유전자 사회학적 해석은 몇 개의 논거에 의한 찬성과 반대라는 단순한 결정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세계관을 모색함으로써 한걸음 나아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법(法)적인 금지 조항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담보할 수 없음을 상기하고, 유전자 차별이 내포하고 있는 효율성보다는 근본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시 개요]

(1) 생명 공학 기술의 진보 현황 및 다양한 문제제기를 소개함. 이어서 사회적 관점에서 논의할 것임을 암시할 것.

(2) (가) 제시문 분석 - 유전자 사회학(유전자 결정론)이 바라보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입장 정리, 이러한 분석이 가져다주는 기대 효과를 간단하게 정리함.

(3) 유전자 사회학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점과 윤리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논의를 (나) 제시문을 최대한 활용하여 논술함.

(4) 생명 공학 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따라 새로운 사회 환경이 조성되므로 새로운 가능적 대안으로서의 가치관을 논의할 것.

염재철.EBS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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